신용석의 지구촌
676북부 스페인의 공업도시 빌바오를 처음 찾았던 것은 1970년대 중반이었다. 언론사의 파리특파원으로 근무할 당시 바스크 지방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었던 독립운동과 심심치 않게 터지고 있던 폭탄테러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피카소의 대표적 명작 '게르니카'도 프랑스 국경에서 발바오로 가는 길에 위치하고 있어서 그림으로만 알고 있던 게르니카라는 소도시를 들렀던 기억도 새롭다.

당시 빌바오는 쇠락한 공업도시였다. 한때는 제철소와 조선소가 공업도시 빌바오를 생기있는 도시로 만들었지만 음침한 중심가에서 이곳의 명물 앙굴라(새끼 뱀장어 구이)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1990년대말, 빌바오를 다시 찾았을 때엔 관광객들이 넘쳐나고 시내가 활기차 보였다. 음침하던 시내중심가는 명품상점과 멋진 레스토랑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죽어가던 공업도시 빌바오를 살리기 위해 바스크 정부는 1억5천만달러를 투입해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고 설계를 프랑크·게리에게 맡겼다. 카를로스 국왕으로부터 '20세기 인류가 만든 최고의 건물'이라는 극찬을 받은 게리의 미술관은 티타늄 구조물로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린 꽃잎 모양을 하고 있다. 미술관에는 로이·리히텐슈타인, 클레이즈·올텐버그의 설치미술품들과 20세기 후반 40여년 동안 미국과 서유럽에서 활동한 팝아트와 추상표현주의 작품들로 볼거리가 많지만 건물 자체에 대한 관심과 호평으로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있다.

앞으로 인천에 건립될 시립미술관도 설계부터 국제공모를 통해서 세계적인 관심을 끌 수 있는 건물을 만들고 전시품 역시 국제도시 인천답게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들을 망라했으면 한다. 인천을 명품도시로 만들기 위해선 제대로 된 시립미술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