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파리에서 언론사 특파원으로 일하면서 가까이했던 책자는 붉은색 표지의 미슐랭 가이드였다. 프랑스 각지 호텔과 레스토랑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는데다가 가격정보 등도 정확해 파리뿐 아니라 지방여행을 할 때도 필수책자였기 때문이다.
매년 봄철에 프랑스판 미슐랭 가이드가 나올때면 언론에서는 항상 비중있는 기사로 다루면서 새로 별을 따거나 반대로 별을 잃은 레스토랑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많은 프랑스인들이 신뢰하는 가이드여서 일단 미슐랭에 이름이 오르기만 해도 그 레스토랑은 정상영업이 보장되고 별을 따게 되면 세계적 명소로 각광받기 때문이다. 수만개에 달하는 파리의 레스토랑 중에서 별 3개 짜리는 10군데 뿐이고 별 2개는 15곳, 별 1개는 54곳에 불과한 것을 보아도 별따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짐작할 수 있다.
금년으로 출간 1백주년이 되는 미슐랭 가이드의 프랑스판은 2천여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자로 여행과 미식을 즐기는 프랑스인들의 또다른 바이블(聖書)이기도 하다. 프랑스 남부지방 크레몽 페르낭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타이어회사에서 발간하는 미슐랭 가이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처음부터 영리목적보다 타이어 구매고객들에 대한 서비스와 암행어사를 통한 평가작업에 예산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랑스판 이외에도 유럽의 주요 국가 가이드를 발행하고 있는 미슐랭은 '음식이 별볼일 없다'는 이유로 미국판은 내고 있지 않다가 2008년부터 일본 도쿄에 이어서 금년에는 오사카·고베판을 냈다. 최근에 다시 나온 도쿄판에는 별 3개 짜리가 작년보다 2개나 늘어 11개가 돼 파리보다 많아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국제도시 도쿄의 위상과 음식만들기에도 정성을 다하는 일본인들의 장인정신을 미슐랭이 높게 평가한 결과가 아닌가 한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