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가 11일 이사회에서 채택한 신생 SK에 내걸기로 한 창단조건은 지나치게 가혹해 SK의 창단 의지를 무색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당초 서울을 연고지로 원했던 SK에게 수원이나 인천을 배정한 것도 불만을 살만 하지만 이들 2개 도시의 우선 선택권을 현대에 내줘 SK의 선택의 폭을 매우 좁혔다.

 더 큰 문제는 이날 이사회가 제시한 전력 보강을 위한 선수 수급 방안.

 각 팀 보호선수를 25명으로 묶은데다 양도 선수도 1명으로 제한하고 신인과 용병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어 신생팀 SK는 쓸만한 선수를 데려올 길이 막연해졌다.

 쌍방울이 창단될 때 각 구단은 보호선수 22명을 제외한 선수 가운데 2명씩을 내줬고 2년간 10명에 대한 우선지명권을 보장했었다.

 이런 좋은 조건으로도 쌍방울은 우수 선수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해마다 성적이 바닥권을 맴돌았다.

 SK 이노종전무는 이사회 결과에 대해 『4할 이상 승률을 올릴 수 있는 전력보강을 약속한 KBO가 이런 식으로 한다면 올 시즌 프로야구에 참여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결정된 현대의 서울 입성은 도시연고제로의 전환을 기형적으로 만들고 현대라는 특정 구단에 지나친 특혜를 줬다는 점에서 앞으로 엄청난 분란이 예상된다.

 현대는 SK의 신규 가입을 빌미로 프로야구 최대의 흥행시장인 서울 입성을 보장받아 이번 결정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서울은 이미 두산과 LG가 자리잡고 있지만 1천만명의 인구를 바탕으로 3개 구단이 자리잡아도 경기당 3만명을 거뜬히 동원할 수 있는 곳으로 평가돼 그동안 현대뿐 아니라 삼성도 내심 진입을 바라고 있었다.

 이날 이사회에서도 이 때문에 삼성 한행수사장은 이런 결정에 반발, 도중에 자리를 뜨는 등 벌써부터 분란의 조짐이 나타났다.

 특히 이날 이사회는 이번 SK의 수원 또는 인천 연고지 배정으로 도시연고제를 시행한다고 했지만 종전 광역연고제의 근간인 우선지명권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덧붙여 도시연고제마저 절름발이가 됐다.

 도시연고제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현재 구단들이 보유하고 있는 광역권 신인 우선지명권을 폐지하고 전면 드래프트를 실시해야 하나 이번 이사회는 이의 개선을 외면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부산·경남, 대전·충청, 대구·경북, 광주·전라 등은 광역연고제나 다름없어 제9구단, 제10구단 창단에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결국 이날 이사회 결과는 SK의 창단 의욕을 크게 꺾은데다 프로야구 발전은 도외시한 채 기존 구단들간의 내홍만 부추기는 졸속이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더구나 SK와 삼성은 이날 결정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공언, 앞으로 SK창단 작업은 한층 더뎌지게 됐고 앞으로 열릴 구단주 총회에서 이사회 결정 자체가 뒤집어지는 불상사마저 예견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