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기자회견 서구저널리스트 몰려
봉준호를 알프레드 히치콕 비견하기도
올 칸의 황금종려상은 어느 나라 어느 감독 어느 영화의 품에 안기게 될까. 과연 박찬욱 감독은 '올드 보이'에 이어 또 다시 수상의 영예를 차지할 것인가. 대체 '박쥐'의 수상 가능성은 있는 것일까. 제62회 칸국제영화제가 어느덧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이자벨 위페르를 수장으로 한 칸 경쟁 부문 9인 심사위원단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증이 날로 증폭되고 있다. 이창동 감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터라 그 궁금증은 더욱 증폭 중이다.
칸 데일리들의 평점에 의하면, 19일 현재(현지 시각) 스크린 인터내셔널과 르 필름 프랑세로부터 공히 종합 평균 3.4점을 받으며 최고 평가를 받고 있는 프랑스의 중견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예언자'가 선두를 달리고 있고, 제인 캠피언의 '브라이트 스타'(스크린 평점 3.3점)와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부서진 포옹들'(3.2점), 켄 로치의 '에릭을 찾아서'(2.9점), 마르코 벨로치오의 '빈체레'(2.9점) 등이 그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박쥐'는 2.4점으로 중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박쥐'는 사실상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데일리들의 중간 결산에서 별다른 언급이 되지 않고 있는 것. 으레 비판적이기 마련이었던 여느 해와는 달리 올 칸의 경쟁작 선정에 대해 '양호하다'(good)고 총평한 스크린이 대표적인 경우다. '짜릿'(thrilled)-'예언자' '브라이트 스타'-, '분노'(annoyed)-'키나타이'-, '실망'(disappointed)-'테이킹 우드스톡', '유쾌'(amused)-'에릭을 찾아서'- 등으로 분류해 평하면서 '박쥐'는 아예 거론조차 않은 것이다.
그래서일까, 칸에 머물고 있는 국내 관계자들도 별다른 기대를 걸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마뜩이 받을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심사위원들의 결정과 데일리들의 평가가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간의 체험으로 판단컨대, 대체적으로 절반쯤은 일치하고 절반쯤은 어긋나기 마련이었다.
'박쥐'의 수상 여부에 상관없이, 총 10편이 칸 각 부문에 초청받은 한국 영화는 그 위상을 선명히 각인시키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박쥐'가 크고 작은 실망을 안겨줬다면, 그것은 '올드 보이'가 선사한 임팩트가 그만큼 컸으며, 5년이란 세월이 흐르며 박찬욱에 대한 기대감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부풀어 올랐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박감독의 달라진 위상은 15일 낮 열렸던 기자회견장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50명도 채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대개는 한국 기자를 포함한 아시아 기자들이 대다수였던 '올드 보이' 때와는 달리, 100명은 족히 되었으며 서구 저널리스트들이 다수였던 것이다. 45분가량 진행된 질의도 그들 중심이었고.
봉준호 감독의 '마더' 역시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 기대 이상의 주목을 끌어내는데 주목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봉감독을 알프레드 히치콕과 비견하면서, 그 작가적 수준에 감탄을 보내는 매체도 있었다. 감독 주간이란 섹션도 그렇거니와 저예산 소품이란 영화의 성격 상 공식 부문만큼은 아닐지언정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 또한 나름의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우연히 만나 한국 영화에 대해 짧은 대화를 주고받은 로테르담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화에 대한 만족감을 피력했다.
할리우드 리포터도 진단하듯, 그 어느 해보다 피의 향연이 대거 벌어지고 있는 2009 칸을 관류하고 있는 주조는 그러나 바야흐로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경제 위기로 인한 한파다. 가는 곳마다 예년에 비해 한산해진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AFM과 더불어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해온 칸 마켓에 초점을 맞추면 한산함은 더욱 도드라진다. 마켓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1만 명 전후의 업자들과 4천500편의 영화들이 칸을 방문해 예년에 비해 불과 3% 내지 4%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체감 온도는 한층 더 낮아졌다는 것이 중평이다. 모 매체에 의하면 최소 30%쯤은 낮아졌단다.
와중에 '마더' 등 우리 영화가 해외 배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계속 전해지고 있다. 게다가 하드코어적 아시아 영화들의 급부상이나 성장 모티브를 다룬 영화들의 포진 등 올 칸의 어떤 특징들도 눈길을 끌고 있다. 그 이야기들은 하지만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