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무력부 총정치국에서 정해 놓은 노래들은 악기 연주에 맞추어 언제든지 집체적으로 부를 수 있게 평소에 충분히 연습해 놓아야 합네다. 공화국 군대는 통상 중대마다 손풍금(아코디언) 1개, 북 1개, 하모니카 3∼4개, 피리 6∼7개 정도의 전용악기들을 기지고 있는데, 이런 악기들은 평일에는 사용하기가 힘듭네다. 무슨 특별한 행사가 있거나 명절날 「충성의 노래모임」 같은 중대단위 경연대회 때 주로 사용하고 있습네다.

 이 군중문화오락회가 끝나면 9시20분부터 30분까지 10분간 자유시간이 주어집네다. 이 자유시간은 하전사들에게는 하루 중 제일 귀중하고 바쁜 시간이기도 합네다. 이 시간을 리용해 하전사들은 세면장에 가서 발싸개를 빨거나 목달개(칼러)를 갈아 달면서 평소 미루어 놓았던 개인 용무를 하나씩 해결합네다. 기러고는 모두 총화에 들어갑네다.

 분대 하루생활 총화시간은 9시30분부터 40분까지 10분간입네다. 각 분대장들은 이 시간을 리용해 분대에서 나타난 하루생활의 결함을 분석하며 총화사업을 주도해야 합네다.

 총화사업은 분대장이 지적하면 자리에서 일어나서 동지들간 호상(互相) 비판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네다. 이때 지적된 하전사들은 전후(前後) 사정이 어떻든 비판을 접수해 잘못을 시정해야 하며 앞으로의 실행방도를 분명하게 제시하여야 합네다.

 이 지긋지긋한 일일총화사업이 끝나면 9시50분까지 10분간 저녁점검을 대비한 청소를 합네다. 청소가 끝나면 밤 10시 정각에 저녁점검을 받고 취침에 들어갑네다. 이때 분대장 이상의 하사관들은 나머지 병사들의 취침동작까지 살핀 뒤 잠자리에 들어가는데, 이때에도 일일 과제 수행을 미진하게 한 병사들은 취침 10분 후에 다시 기상하여 미진한 부분을 다시 달성해야 책벌을 면할 수 있습네다.』

 『주·야간 근무제도는 어떻소?』

 『인민군 구분대의 주·야간 근무제도는 일일근무제로 실시되고 있습네다.』

 『아, 잠깐만요. 그 구분대란 어휘는 곽인구씨만 사용하는 말이오, 아니면 북한의 하전사들이 통상적으로 늘 사용하는 일상용어요?』

 인구는 공화국 하전사들이 평소에도 늘 사용하는 일상용어가 구분대(區分隊)라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 뜻은 부대를 구성하는 상시적인 전술적 조직의 단위, 즉 분대·소대·중대·대대가 이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정보사령부에서 나온 한 신문관은 옆에 앉은 안전기획부 신문관을 바라보며 『보기에는 저렇게 어리벙벙해 보이고 한줌밖에 안 돼 보이는 어린 병사가 어떻게 상학이니 구분대니 하는 북한의 특이용어 설명은 저렇게 거침없이 잘하는지 어떤 때는 우리 장병들의 정훈교육내용을 다시 한 번 검토해 볼 필요를 느껴요.』 하면서 귓속말로 속삭였다. 그러자 안전기획부에서 나온 신문관은 『평소 정치상학을 통해 정치·사상분야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교육받으니까 그 쪽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강하다』면서 북한 젊은이들의 정치분야 달변에 대해 그 배경을 설명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