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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계단 오르니 구름아래 낙원이
천국의 계단 오르니 구름아래 낙원이
  • 승인 2008.12.25 00:00
  • 수정 2008.12.24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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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이 쌓인 산봉우리 황홀
2008년 8월 05일 (화, 제10일)

아람시계 소리에 놀라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25분이다. 오늘은 쁘난자칸 산의 전망대에 올라가서 일출을 본 다음, 브로모 화산에 올라가려고 한다. 그 후 이 산장으로 돌아와서 아침식사를 하고 자와 섬의 북쪽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여 동쪽 끝에서 연락선을 타고 발리 섬으로 건너간다. 발리 섬에서는 북쪽 '발리 해'의 해안선을 따라 '로비나'까지 간다. 아마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긴 하루가 될 것 같다.

산장마당에서 벌써 사람소리가 들린다. 우리 일행은 모두 대단한 사람들이다. 오전 4시 05분, 우리들 20명은 6대의 지프차에 나누어 타고 산장(해발2150m, 11℃)을 떠났다. 우리 차들은 화산재가 수북이 쌓인 좁고 경사진 캄캄한 산길을 경주하듯이 달려 올라간다. 가끔 오토바이(택시) 뒷좌석에 매달려 올라가는 사람도 만난다. 앞차가 일으키는 화산재먼지가 날아 들어오기에 우리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쁘난자칸 산(Penanjakan)의 전망대(해발2770m, 5℃)까지는 35분 만에 도착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좁은 전망대에 올라와 있어 일출을 잘 볼 수 있는 앞쪽은 빈틈없이 사람들이 서있다. 너무 일찍 올라와서 일출까지 55분간이나 기다렸다.

오전 5시 35분, 드디어 장엄한 일출이다. 해가 뜨니 뒤쪽으로 가서 브로모 산군(群)들의 봉우리들이 아침햇살을 받아 물들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 화성의 표면을 연상시키는 브로모 산군은 오른쪽에 바톡 산(Batok, 2440m), 그 왼쪽 뒤에 브로모 화산(Bromo, 2392m)이 하얀 연기를 뿜고 있다. 그 뒤 멀리 수메루 산(Semeru, 3676m)이 구름위에 높이 솟아 있다. 나는 이 신비스러운 경관을 오랫동안 쳐다보고 있었다.

서둘러 전망대를 떠나 지프차를 다시 타고 브로모 화산의 기슭으로 갔다. 이곳부터 분화구의 바로 아래까지 희망자는 말을 타기로 해서 나도 말에 올라탔다. 말도 화산재에 발이 빠져 빨리 걷지 못한다. 분화구 바로 밑은 경사가 심하고 화산재가 흘러내리기 때문에 그냥 올라갈 수 없어 콘크리트 계단이 만들어져 있다. 계단 아래에서 말을 내려 275개나 되는 천국에의 계단에 들어섰는데 다행히 바람이 저쪽으로 불어 연기는 마시지 않았다.

아래서 올려다본 브로모 화산. 275개나 되는 천국의 계단에 들어서야 분화구를 볼 수 있다.
겨우 분화구의 가장자리에 도달하니 분화구 속에서 하얀 여기가 뿜어 나와서 분화구 안은 보이지 않는다. 어떤 날에는 연기가 덜 나와 분화구 바닥까지 내려갈 수도 있었다고 한다. 분화구의 가장자리에서 보이는 것은 바로 옆에 용암이 흘러내려 검은 주름이 수 없이 생긴 바톡 산(2440m)과 황량한 넓은 크레이터 한가운데 사원이 하나 보이고, 그 너머 멀리 높은 산들이 평풍처럼 연이어 있다. 짐을 줄이기 위해 따로 두꺼운 옷은 가져오지 않아 나는 위에 얇은 옷을 여섯 벌이나 껴입고 있다. 부로모 화산이 마지막으로 분화한 것은 4년 전인 2004年 6月 8일이다.

인도네시아에는 화산이 400~500개나 있으며, 그 중 활화산도 130개 있다. 인도네시아 화산의 대부분은 자와 섬과 발리 섬의 인구밀집지역에 있기 때문에 화산의 존재감은 매우 크다. 인도네시아의 대부분 섬들은 유라시아·플레이트에 올라타고 있고, 인도양은 인도·플레이트 위에 있다. 인도·플레이트는 유라시아·플레이트의 아래를 파고들어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수마트라 섬·자와 섬·발리 섬·롬복 섬 ·슴바와 섬·플로레스 섬 등으로 활화산 섬들이 한 줄로 띠를 이루고 있다.

하산할 때는 말을 타지 않고 걸어서 화산재 지대를 내려오느라고 혼났다. 산장에 돌아와서 옷의 화산재를 털고 시원한 샤워를 하니 살 것만 같다. 오전 10시 10분 산장을 떠나 '뿌로볼링고 마을'에서 어제 타고 왔던 큰 버스를 갈아타고 서둘러 발리 섬을 향해 떠났다. 자와 섬의 마두라해협 해안선을 따라 동쪽으로 달렸다. 동쪽으로 갈수록 밭보다 논이 더 많이 눈에 띈다. 네덜란드 식민지시대에 도입한 강제재배제도와 이에 이어지는 플랜테이션(plantation)의 도입으로 중부 '자와'와 동부자와의 많은 논은 사탕수수 밭으로 바뀌고 '자와'의 전통적인 벼농사의 생산체계는 크게 파괴되었다. 플랜테이션이란 중남미·동남아시아·아프리카에서 시행한 전근대적인 대규모 농업방식이다.

길 양쪽 밭에는 옥수수, 사탕수수, 담배 등이 재배되고 있었다. 오른쪽 멀리 아르고뿌로 산(해발3088m)이 보이더니 다시 메라삐 산(해발2800m)이 보인다. 이들 산들은 모두 화산이다. 이윽고 왼쪽에 발리해협이 나타났다. 오후 1시 조금 넘어 발리해협의 해안가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식당을 떠나고 2시간 후 왼쪽에 발리 섬이 보이더니 오후 4시 25분에 자와 섬의 동쪽 끝, 바뉴왕기(Banyuwangi) 항에 도착했다. 연락선은 우리 버스를 싣고 맞은편 발리 섬의 길리마눅(Gilimanuk) 항에 55분 만에 도착했다. 자와 섬과 발리 섬 사이는 시차가 1시간 있어 오늘 하루는 23시간을 살게 되었다. 오늘 오후는 모두 피곤해서 버스에서 가끔 졸기도 하면서 왔다. 오후 8시 20분,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발리 섬의 로비나(Lovina)에 있는 호텔에 도착했다. 브로모 산의 산장을 새벽 4시 05분에 떠나고 15시간 15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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