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위한 예술단 만들기 방안 주력
 
박인건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
 
"예술은 미래를 내다보고 이끄는 것입니다. 이제 거꾸로인 현실을 바꿔야합니다." 국내 공연예술계 대표적 인프라로 꼽히는 경기도문화의전당 박인건(51)사장의 말이다. 2006년 8월부터 도문화의전당 사장을 맡은 그는 올해 연임이 결정되면서 4년간 문화 발신지의 중심에서 활동하게 됐다. 80년대 후반 공연기획사 사장을 시작으로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 충무아트홀 등에서 예술경영을 펼쳐왔던 그가 다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잡은 것. 화려한 경력도 한 몫했겠지만, 내뱉은 말을 지키고야마는 그의 '언행일치' 행보에서 비롯된 결과로 평가된다. 한 해를 마감하는 그의 생각과 내년에 실현될 계획을 들어봤다.


"문화 발신지 역할 기관들"" 자립·자율 구조변화 추세" 준공무원 현실은 장애물



▲"변화하는 세상, 옛 것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박 사장은 취임 초 불거졌던 오케스트라 단원 대거 해촉을 들춰냈다.
한 해를 보내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도내 문화예술계를 들썩거리게 만들었던 초유의 사건을 스스로 끄집어내는 그의 얼굴에 고통스러움이 스쳐 지나간다.
"해촉된 단원 개개인이 선후배고 친구여서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들 중에 억울한 사람도 있었고 대법원까지 가는 과정에서 더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같은 사건은 최소 4∼5년이 걸려야 해결되는데 2년만에 마무리돼 다행스럽다"
박 사장의 취임 초, 도립오케스트라 예술감독에 금난새 지휘자가 선임되면서 벌어진 단원 대거 해촉에 따른 법적 분쟁이 이어졌다.
신입 단원을 채용하고 크게 술렁거리는 도 산하 예술단체들의 정상화를 위한 작업이 차근차근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박 사장은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을 고수했다.
도립 무용단, 국악단, 극단, 오케스트라 등 모두 4개 단체에 대해 권력을 갖고 간섭하기보다는 그들이 스스로 재정비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다.
"예술행위는 예술감독과 지도자를 따르는 단원들의 몫이다. 나는 그들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내실을 갖춰 맘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주어진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예술경영자'의 위치에서 MOU체결과 도민을 위한 예술단으로 가기 위한 방안 마련에 주력한 것이다.
그의 새로운 고민은 여기서 출발한다. 창의력이 중요시되는 예술단이 도 산하기관의 포함된 준공무원으로 있는 현실이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경기문화재단을 포함한 도내 박물관과 미술관 등이 민간법인화되는 추세를 지켜본 고민이기도 하다.
그는 예술단을 포함한 문화 발신지 역할을 하는 기관들이 자립과 자율이 우선시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현재 모든 결제가 도청을 통해야하는 불필요한 단계를 거쳐야하는 불편함과 효율적 예산집행이 어려운 경우 등이 있다. 물론 어떤 환경이든 중요한 것은 정신이다."
도문화의전당은 올해 해당 내용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했고 박 사장의 견해와 같은 결론의 방안을 확인했다. 이 결과는 내년 1∼2월쯤 모든 예술단과 도문화의전당 직원들이 함께 논의, 적용될 예정이다.
도문화의전당은 내외적으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으며, 그 혁신의 바람은 내년에도 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완성을 위한 '인큐베이터'가 필요하다!"

올해 9월 재임용된 박 사장은 다가오는 새해를 '제2기'로 보고 있다.
지난 시간이 안정을 구축하는 시간이었다면 남은 기간은 예술단과 도문화의전당 조직의 일원화 등 완성을 위한 변화의 시기인 셈이다.
만족스러운 변화를 위해 인큐베이터가 필요한 것은 또 있다.
도 지원 창작극인 <더 문-태권무무>와 <화성에서 꿈꾸다>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 11월 도립무용단 조흥동 예술감독의 손길에서 재탄생한 <더 문>은 외국인 연출가를 기용해 제작됐던 동명작보다 한국적 문화가 물씬 풍겨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스토리 없이 에피소드 나열이라는 부분과 중국풍이 나는 일부 장면, 한 꺼번에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욕심에서 비롯된 불필요한 것들이 수정과 보완작업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민인기라는 신인 뮤지컬 배우를 국내 대표급으로 끌어올린 <화성에서 꿈꾸다>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과 전국순회공연을 거치며 수 년간 수정을 거듭하며 완성을 위한 바쁜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하지만 작품 제작 초, 이윤택 연출가와의 분명하지 못한 저작권 계약 등이 문제로 남아 있다. 이 부분은 올해 도문화의전당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들춰지기도 했다.
도비를 지원한 도민의 작품인만큼 분명한 선긋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박 사장은 "올해 '더문'은 이제까지 우리가 돌아온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의도했던 부분을 잘 살렸고 '화성에서…'는 연출가와의 협의 문제를 제외한곤 순항하고 있다"며 "뮤지컬 <명성황후>가 세계에 발을 내딛기까지 10년의 시간이 걸린만큼 이 두 작품도 '인큐베이터'에서 안정과 변화를 감당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를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 이 두 작품의 변화와 성장은 내년에도 지켜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의 계획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대공연장에서 선보일 수 있는 작품을 제작했다면, 이제는 소극장용 창작물 마련에 고개를 돌렸다.
굳이 대학로까지 가서 공연을 볼 필요 없다는 것이다. '문턱 낮은 공연장'을 만들겠다는 그의 경영지론이 묻어나오는 부분이다.
"문턱을 낮춘다는 것은 관람료를 저렴하게 받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대중이 공연장을 집 앞 마당처럼 자연스럽게 다닐 수 있도록 예술과 교육적 측면이 결합돼 있고 인지도가 있는 작품과 관련 하드웨어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취임 초, '수원에서 찾기 힘든 도문화의전당 이정표를 설치하겠다'던 작지만 큰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더 그다.
이제 박 사장이 미처 다 말하지 못한 마음 속 약속들을 완수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글=류설아기자·사진=김철빈기자 blog.itimes.co.kr/rsa119


박인건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은

▲학력
●1976년 서울 수도사대 부속고등학교 졸업
●1983년 경희대학교 음악대학 관현악과 졸업
(바이올린 전공) / 음악학사
●1986년 경희대학교 음악교육대학원 졸업
(음악교육학 전공)
▲주요경력
●1987~2004년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근무
●2004~2006년 충무아트홀 사장
●2006~현재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
한국공연예술매니지먼트 이사
경기지방경찰청 협력위원
▲상훈
●1996년 올해의 음악가상 표창 (음악비평가그룹)
●1994, 2002년 대통령상 표창 (한민족체전문화행사, 월드컵문화행사)
●2000년 11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표창
●1989, 2000년 서울시장상 표창 (한강빛밝히기, 드럼페스티벌 등)
●2007년 5월 제1회 더뮤지컬어워즈 최우수작품상 (화성에서 꿈꾸다)
▲기타 활동사항
●전국문예회관연합회 사무국장, 서울국제음악제 집행위원, 서울시월드컵 문화행사 기획위원
●서울시민의날 행사 자문위원, 한국문예진흥컨텐츠심사위원
●한일조선통신사문화교류축제추진위원, 노들섬 오페라 하우스 건립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