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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의 뿔' 같은 지붕 어떤전설 깃들었을까
'물소의 뿔' 같은 지붕 어떤전설 깃들었을까
  • 승인 2008.11.13 00:00
  • 수정 2008.11.12 1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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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31일 (목, 제5일)

물소의 뿔을 상징하고 있는 미낭카바우족의
전통가옥.
어제 밤 숙박한 부낏띵기(Bukittinggi, 해발900m)는 현지어로 '높은 언덕'이라는 뜻이다. 부낏띵기는 수마트라 섬 서부의 '아감 고원'에 있기에 오늘아침 기온은 14℃이다.

부낏띵기의 주위를 네 개의 높은(해발2000m~3000m) 산이 둘러있어 서부·수마트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가지고 있다. 이곳은 덥지 않으므로 식민지시대부터 많은 관광객이 오고 있다.

어제 시피록에서 부낏띵기로 오는 버스 속에서 이 지방이 세계에서 제일 큰 꽃, 라플레시아 꽃의 자생지이며 지금은 꽃이 필 계절이니 당초계획을 조정하여 라플레시아 꽃을 볼 수 없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호텔에 돌아와서 현지가이드가 수집한 정보로서는 꽃은 찾았는데 내일이면 진다고 한다. 보통 3~7일간 피는데 지기 하루 전의 상태의 꽃이라도 보겠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그녀의 핸드폰에는 어제 찍은 꽃 사진도 들어 있었다.

우리들은 만장일치로 가보기로 했다. 라플레시아 꽃은 꽃잎과 줄기가 없고 지름은 100cm 정도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오판화(五瓣花)이다. 이 꽃의 관찰기록을 제일 먼저 남긴 사람은 수마트라 섬의 당시 영국의 식민지 총독이었던 '토마스 스탠포드 · 라플스'(Thomas Stanford Raffles)이다.

호텔을 떠나고 30분 후 RAFFLESIA INFO CENTER라는 작은 간판이 붙은 집 앞에 도착했다. 전원 버스에서 내려 트레킹이 시작되었다. 한 동안은 농촌마을을 지나고 논밭 옆길로 가다가 산에 접어들었다.

조금 전 본 유치원의 간판도『RAFFLESIA 유치원』이었다. 산길은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고 가파른 경사진 길이다.
 


동물의 배설물이 섞인 유명한 루왁커피 .

어제 비가 왔는지 흙길에 발이 빠지고 미끄럽다. 작은 개울도 건너고 어떤 곳에서는 흙속에 발목까지 빠진다.

나무뿌리에도 걸리고 머리를 숙여 나뭇가지를 피하면서 1시간 후 겨우 꽃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이리하여 경사지고 미끄러운 밀림 속을 헤맨 끝에 세계에서 가장 큰 꽃, 라플레시아 꽂을 볼 수 있었다. 정말 줄기도 없고 꽃잎만 있다. 지기 하루 전의 상태여서 꽃잎은 조금 오그라져 있으나 직경은 80cm정도다.

내려오는 길에 마을입구에 RAFFLESIA라는 상호가 붙은 상점이 나타났다. '루왁 커피'를 파는 집이다. 이 부근의 산속에는 재배하는 커피나무 이외에 자생커피나무도 많이 자라고 있다.

이 커피열매를 루왁(긴 꼬리 사향고양이 이름)이나 원숭이 등 야생동물이 따먹는다. 이들 동물의 배설물에는 커피열매가 소화되지 않은 채 똥에 섞여 나온다. 이것을 수집하여 깨끗이 씻은 후 갈아서 커피를 만든다. 이 '루왁 커피'를 나도 시음해 보았는데 커피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뭔가 다른 점은 발견하지 못하겠다. 옛날에 이 지방의 술탄(왕)이 '루왁 커피'를 즐겨 마셨다고 하여 '루왁 커피'가 유명하여졌다고 전해지고 있다. 몇 사람이 샀으나 나는 사지 않았다. 취미치고는 별취미도 다 있다.
 

바탁족의 독특한 건물.
오후에 부낏띵기 근교의 빠가르윤 마을에 갔다. 시청건물 등 공공건물은 어김없이 미낭카바우족의 '루마·가단'으로 짓고 있다. '루마·가단'이란 미낭카바우족의 전통가옥을 말하며 직역하면 '큰 집'이라는 뜻이다. 양끝이 위로 휘어진 지붕은 물소의 뿔을 상징하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12~13세기경 모조바이트 왕국(힌두교)의 침략을 받은 일이 있었으나 전투는 오래 지속되고 좀처럼 승패가 나지 않았다. 오랜 전쟁에 지친 양측은 물소로 싸워서 승패를 가르게 되었다. 모조바이트군은 크고 힘센 물소에게 충분한 사료를 먹이고 내보냈다.

이에 비해 미낭카바우족의 서·수마트라군은 아기물소를 전날 먹이도 주지 않고 싸움에 내보냈다. 싸움이 시작되자 배가 고픈 아기물소는 젖을 찾아 큰 물소의 배 아래로 돌진했다. 아기물소의 뿔에는 단검이 매여 있어 승부는 순식간에 끝났다.

이곳에는 이런 옛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래서 '루마·가단'의 지붕도 그들의 상징인 물소의 불을 본떠서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미낭=메낭(승리), 카바우(물소)라는 명칭으로 되었다고 한다. '루마·가단'은 미낭카바우족의 상징이며 결혼식, 친족의 모임 등 큰 행사에 사용되고 있다.

싱카락(Singkarak) 호수에 들렸다가 오늘은 일찍(17:55) 호텔로 돌아왔다.


인도네시아의 신발


옛날에 인도네시아와 동남아시의 여러 나라에서는 신(神)이나 그에 준하는 사람들만이 신발을 신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유럽의 식민지시대(20세기 초)에 서구인의 흉내를 내어 신발을 신은 원주민이 서구인으로부터 건방지다고 폭행 당한일도 있었다. 자와 섬의 농민들은 신발을 신은 사람을 총이나 대포와 같이 무서워했다. 지금은 시골에서도 맨발은 적어졌으며 맨발의 아이들도 보이지만 열대기후이므로 가난하다기보다는 건강하다는 느낌이다.

시골에서 맨발의 농부가 땡볕의 포장도로를 맨발로 걷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 옆을 자동차가 지나간다. 옛날에 농부가 맨발로 걷던 길은 문명이란 이름으로 자동차를 위해 포장되었다. 농부의 발바닥이 델 것이라고 생각하니 미안하고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26년 전 내가 처음 인도네시아로 갔을 때는 시골에서는 호텔종업원들도 맨발이었다. 이번여행에서는 어디서나 맨발로 걷는 사람을 볼 수 없었으나 뉴기니 섬의 자야푸라에서 '와메나'로 갈 때 맨발로 비행기를 타는 사람을 보았다. 뉴기니 섬에는 아직 맨발의 사람이 많았다. 슬라웨시 섬에서도 맨발의 사람을 가끔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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