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시
시인이 되고프면
높은 정자에 앉아 보라
호수가 비단 같고
들판이 정원이 아니더냐

부자가 되고프면
둔덕에 올라 가을들판을 보라
보기만 해도 부르고
생각만 해도 넉넉하지 않느냐

세상을 갖고프면
지구의(地球儀)를 돌려보라
내가 오대양육대주 제왕이라 하면
어느 누가 안된다고 반문하랴

왕이 정승판서를 호령하는거나
옛 소꿉장난 하는거나 무엇다르랴
살아 천지를 갖었다 한들
숨 거두면 세평이면 그만일걸…
어이 그리 망둥이처럼 뛰랴

/이건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