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세상이야기 - 10년차 보육교사 김정숙씨
아이들 식사·건강·교육 책임

야외활동 사고 날까 초긴장

하루 14시간 근무 기진맥진

어른의 보살핌이 누구보다 간절한 취학 전 유아들. 유아 보호와 교육을 책임진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태반은 여성이다.

보육교사들은 장시간 노동, 저임금 등 열악한 근무 환경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일에 대한 사명감, 직업의식 그리고 유아들에 대한 한없는 사랑이 이들의 고단함을 극복시켜 주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한 보육교사의 일상을 통해 하루하루 힘겹게 버텨내는 보육교사들의 삶을 간접 체험해 보자.



 
◇보육교사 김정숙 씨의 하루

지난 9일 오전 7시30분. 보육교사 김정숙(34) 씨는 아침 일찍 일어나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어린이집으로 출근한다.

미처 잠에서 깨지 못해 눈을 부비며 어린이집에 등원해 어른의 보살핌을 바라는 아이들을 돌봐야 하기 때문.

다행히 김 교사가 일하는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희망세상 어린이집'은 교사들 근무 부담을 덜어주는 배려를 하고 있어 김 교사는 일주일에 한 차례만 오전 7시30분 출근한다.

"과거 다른 민간 어린이집에서 일할 땐 매일 오전 7시50분까지 출근한 뒤 어린이집 승합차에 동승해 아이들을 데리러 다녀야 했지만 지금 근무하는 어린이집에선 차량 동승 교사가 따로 있고 출·퇴근도 30분~1시간 정도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등 근무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에요."

덕분에 김씨는 자신의 자녀를 등교시키고 집안 청소까지 깔끔하게 마친 뒤 출근하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오전 9시. 한 반에 15~20명씩인 아이들이 등원하면 어느덧 교실은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웃고 떠들고 장난치다 넘어지는 등 돌발상황도 잇따른다.

김 교사는 "어린이집에서 안전만 강조하다 보면 아이들이 뛰놀지 못 한채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기만 해야 하지만 아이들이 맘껏 뛰놀게 해 주는 게 정서적으로나 교육적으로도 좋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만약에 발생할 지 모르는 안전사고 걱정 탓에 잠시라도 한 눈 팔 수 없다.

재잘거리던 아이들이 오전 간식시간이 되자 모든 행동을 멈추고 둥글게 모여 앉는다. 김 교사와 보육교사들이 아이들에게 간식을 나눠준다.

간식시간이 끝나자 김 교사와 아이들이 봄볕을 맞으며 야외나들이에 나선다. 아이들은 풀, 나무, 꽃, 바람, 흙 등 자연과 어우러지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인솔해 나가는 야외활동은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랍니다. 도로를 쌩쌩 달리는 차량 등 위험물이 도처에 널려 있기 때문이죠. 보육교사들이 가장 긴장해야 하는 순간입니다."

어린이집에 돌아오자 어느덧 시계바늘은 낮 12시를 가리키고 있다.

일일이 아이들의 손 씻기 지도를 하고 식당에서 밥을 챙겨 와 아이들 앞에 놔 준다. 밥은 안 먹고 교실 안팎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앉혀 점심식사를 하도록 지도하느라 애간장이 탄다.

"처음 보육교사로 입문했을 땐 밥 먹길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한 숟갈이라도 떠먹이려고 정신없이 쫓아다니곤 했죠. 그런데 차츰 경력이 쌓이면서 아이들이 밥을 잘 먹게 하는 저만의 노하우도 생겼답니다."

그의 보육교사 경력은 올해로 10년차. 하지만 아이들에게 밥 한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는 그의 의지와 끈기 탓에 한 때 그는 위장병을 달고 살아야 했다. 아이들에게 신경쓰느라 식사 때를 놓치기 쉽상인 보육교사들은 정작 자신의 점심식사는 불과 몇 분 안에 해치워야 하는 등 불규칙하다.

오후 1시. 점심식사를 마친 아이들이 책을 읽고 동요를 부르고 만들기에 열중한다.

김 교사는 "매일 다르게 정한 주제를 갖고 아이들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구실을 보육교사는 해야 한다"고 귀띔한다.

오후 2시. 창작활동을 마친 아이들이 낮잠자는 시간이 됐다. 실컷 뛰어 논 아이들은 어느덧 새근새근 잠이 든다. 그 사이 보육교사들은 장난감을 정리하고 학습계획표를 새로 짠다.

오후 4시. 잠들었던 아이들이 하나 둘 깨기 시작한다. 오후 간식을 먹은 뒤 한바탕 웃고 떠들면서 종이접기와 찰흙 만들기를 한다.

오후 7시. 아이들을 어린이집 승합차에 태워 집으로 돌려 보내고 나니 벌써 저녁이다. 김 교사도 퇴근 준비를 서두른다. 물론 맞벌이부부가 종일반으로 맡긴 아이들은 계속 남아 있다가 오후 10시에야 귀가한다.
그는 "보육교사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 모를 정도로 바쁜 일상을 소화해 내야 한다"면서 "하지만 아이들을 돌본다는 사명감 하나로 열악한 근무 여건도 감수하면서 묵묵히 보육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한다.

/글·사진=정보라기자 blog.itimes.co.kr/j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