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하고 안전하게 이사하는 법
신학기를 앞두고 이사를 준비하는 가구 수가 늘어나면서 이사업체들이 성수기를 맞고 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진학으로 직장인들은 인사 이동 때문에 이사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때문에 매년 반복되는 이사 비용을 둘러싼 업체와의 갈등이 적지 않다.

실제로 다음달 이사를 앞둔 주부 박모(42·남동구 간석동)씨는 요즘 마음이 무겁다. 이사를 위해 전문업체에 견적을 의뢰했는데 비용이 터무니 없이 비쌌기 때문이다. 특히 이삿날이 손없는 날이라고 하니 부르게 값이란 생각이 들 정도다.

박씨의 아파트는 99㎡ 크기인데 이사 비용이 업체에 따라 적게는 7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차이가 있다.

업체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고가 사다리차를 이용할 경우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고가 사다리를 쓰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더라도 사람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물론 피아노나 에어컨 등의 물건은 별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박씨는 "몇 년에 한 번 하는거지만 이사용 부담이 예상보다 점점 커지는 것 같다"며 "손없는 날에는 이사 수요가 많아서 인지 웃돈은 당연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새집으로 이사가는데 이사 비용 때문에 입주 전부터 기분을 망칠 수는 없는 법이다. 알뜰하게 이사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자.

이삿날 선택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평일에 이사하는 게 유리하다.
사실 이사 비용은 이삿날을 언제로 하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한다. 이른바 '손 없는 날'과 휴일을 피한 비수기나 평일을 선택해 이사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흔히 손 없는 날이란 음력으로 9일과 10일, 19일과 20일, 29일과 30일을 말하는데 귀신들이 활동을 멈추는 날이어서 이사하기에 아주 좋다고 전해 내려 오고 있다. 따라서 손없는 날에는 자연스레 이사 수요가 몰리고 이사 비용도 함께 올라간다.
업체 관계자는 "이처럼 수요가 몰리다보니 특수를 누리려는 업체들이 추가 요금을 요구하고 무리하게 일정을 조정해 본의 아니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손 없는 날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면 이때를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손 없는 날이나 주말을 피하면 이사 비용이 5만~10만원 정도 절약할 수 있다.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더 줄일 수 있다는 게 업체의 말이다. 따라서 가능하면 평일에 이사하는 게 서비스나 비용 양면에서 이득이다.

업체 선정
관련업계 관계자들은 몇 년에 한 번이지만 단골업체를 만드는게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또 단골업체를 만들때에는 오래도록 영업을 이어갈 수 있는 업체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많이 자정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이사철에만 반짝 영업하는 업체들이 있다"며 "자칫 업체 선정을 잘못 할 경우 이사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도 있고 이사 물건 파손에 따른 보상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업체를 선정할 때는 관할 시·군·구청의 화물운송주선사업협회에 등록돼 있는 업체를 선정하고 이사 비용 견적은 2곳 이상에서 받아 꼼꼼히 비교하고 선택해야 한다.
이 관계자는 "업체 선택의 가장 중요한 것이 비용인데 견적 비용이 너무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곳을 선택해야 한다"며 "무작정 싼 곳을 선택해 낭패를 보는 사례가 빈번함을 소비자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업체에서 제공하는 우편물 서비스 등 무료로 제공하는 부가 서비스가 무엇이 있는지도 꼼꼼히 챙겨보자.

계약서 챙기기
업체를 선정하고 나면 계약서를 잘 써야 한다. 계약은 반드시 관인 계약서를 사용해 서면으로 해야 한다.
운송 약관을 꼼꼼히 읽어야 한다. 만약의 불미스러운 일에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이사업체는 견적서를 계약서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이삿짐이 훼손돼도 피해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 견적서의 법적 효력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약서 작성은 필수다. 특히 계약시 정리·정돈, 에어컨의 설치 여부 등에 대한 특약 사항은 반드시 계약서상에 책임 여부를 분명히 기재해야 한다.
아울러 이사 당일 이삿짐 파손·분실 등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 현장에서 피해 내용에 대한 확인서를 꼭 받아두어야 한다. 파손이나 훼손된 이삿짐에 대해서는 사진 촬영을 한 뒤 즉시 이사업체에 연락해 피해 보상 및 처리 절차을 상담해야 한다.
1차적으로 업체와 합의를 하는 게 간편하지만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소비자단체 등에 조정 신청을 하면 구제받을 수 있다.

이삿짐 싸기
자, 이제 이사를 위한 기본적인 준비를 마쳤다. 그러면 이삿짐을 싸야 한다. 사실 이사는 그동안 처리가 곤란했던 물건들을 정리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사를 계기로 버릴 것과 챙길 것을 확실히 해서 짐을 싸 보자. 짐도 줄이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포장 이사를 이용할 경우 이삿짐을 별도로 쌀 필요는 없지만 귀금속과 귀중품 등은 자신이 직접 챙겨야 한다.
특히 훼손 가능성이 높은 물품은 포장시 현장 담당과 충분히 상의한 후 각별히 주의하도록 하자. 또 운송 전에 이사 화물의 품명과 수량을 확인해 분실 위험을 방지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가구 등 대형 물품은 업체측과 충분히 상담해 사전에 배치 계획을 해두는 것이 좋다. 이사 당일 우왕좌왕하다 보면 별도 운임을 물게 될 수도 있고 식구들이 다시 이사를 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부 이사
다소 생소하기는 하지만 일부 업체에서 이삿짐의 일부를 기부받아 아름다운 가게 등에 전달하는 서비스가 있다고 한다. 불필요한 짐을 줄이는데 비용도 줄일 수 있고 어려운 이웃도 도울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만약에 이를 이용할 수 없다면 이들 단체에 이사 전에 미리 연락해 물건을 가져가도록 요청하거나 택배, 또는 직접 가져다 줘도 된다.
이외에도 관할 구청 재활용센터에 연락해 자신에게는 쓸모는 없으나 사용 가능한 물품을 기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유의할 사항이 있다. 음반이나 철자법이 바뀐 책, 규모가 큰 전자제품, 사용한 침구류나 속옷, 작동이 안되는 장난감 등은 기증해선 안된다.
사실 포장 이사는 기본 요금이 있어 일정 부분 비용이 고정화돼 있다. 하지만 업체들이 많이 늘어 업체간 경쟁도 치열해 업체 선택만 잘하고 꼼꼼히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지혜를 발휘하면 알뜰하게 이사할 수도 있다.
 
 /정승욱기자 blog.itimes.co.kr/b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