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가뭄 등으로 힘든 주민 삶의 질 크게 향상
현장방문단을 반갑게 맞이하며 해맑게 웃는 어린이들의 얼굴에서 스리랑카의 밝은 미래가 엿보이는 듯 하다.
 
지난달 22일 새벽(현지 시간). 월드비전 한국의 스리랑카 지역개발지원사업 현장방문단 일행 11명을 태운 항공기가 14시간의 비행 끝에 인도양의 '작은 진주', 섬나라 스리랑카의 콜롬보국제공항에 착륙했다.

현장방문단은 승합차를 타고 하루 종일 구불구불 2차선 비좁은 도로를 달려 콜롬보로부터 동남쪽 190㎞ 떨어진 우바(Uwa)주 세바나갈라(Sevenagala) 지역에 도착해 고단한 몸을 뉠 수 있었다.

세바나갈라는 우리나라로 치면 군(郡) 단위 지역. 2천192㎢ 면적에 77개 마을 9천607가구 4만1천여 명이 사는 전형적인 농촌. 너무 더워 '섬머 아일랜드'라고도 불린다. 경찰서 1곳, 유치원 58곳, 초·중등학교 15곳, 우체국 8곳, 사원 17곳이 분포해 있다.

원주민은 25% 정도이고 나머지는 다른 지방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생계터전을 잃고 새땅을 찾아 이주해 온 사람들이다. 이 곳 주민 75% 이상이 버는 평균소득은, 스리랑카 국민의 최저 빈곤선에도 못 미치는 한 달 약 20달러에 불과하다. 스리랑카의 가난한 이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이들이 모여 사는 곳이기도 하다.

도로 여건은 낙후돼 있고 교통수단도 미비해 병원이나 관광서를 방문하려면 원거리를 발품 팔아야 한다.

더욱이 몇해 전부턴 심각한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2001년 들어 극심한 가뭄으로 연중 강수량이 100㎜에 머물면서, 농업을 주요 생계수단으로 삼아 온 주민들은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다. 워낙 외진데다 정부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않아 대다수 주민들은 하루하루를 적은 양의 쌀과 야채로 연명하는 실정.

국립병원 치료비는 전액 무료이지만 이 지역에 있는 병원은 단 한 곳. 그나마 두 명의 의사가 하루 250명 넘는 외래환자를 돌보고 있다. 병이 생겨도 제때 제대로 치료받을 엄두조차 낼 수 없다.

2002년 정권 교체 후 정부가 국가적인 사안에 행정력을 집중하면서 이 지역에 대한 정부 지원은 사실상 끊긴 상태다.

그러나 현재 이 곳에선 한국과 싱가포르 두 나라의 국제민간구호단체가 펼치는 지역개발사업이 한창이다. 특히 월드비전 한국은 이미 1997년부터 2009년까지 13개년 계획을 세우고 올해로 12년째 세바나갈라 지역개발사업을 활발히 전개해 오고 있어 현지주민들로부터 절대적 신뢰를 얻고 있다.

배상만 방문단장(왼쪽)이 세바나갈라 현장사무소
총괄책임자인 프라사드 매니저에게 준비해 간 학용품,
체육용품, 제기 등 선물을 전달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아유보완!(안녕하세요!)" 23일 월드비전 한국의 세바나갈라 지역개발사업현장 실무책임자들은 머나먼 한국에서 온 현장방문단을 가족처럼 반갑게 맞이했다. 우리 전통 민속놀이 기구인 제기를 비롯해 학용품, 체육용품 등 한아름 준비해 간 선물보따리도 전달됐다.

월드비전 한국이 이 곳에서 지난 11년 동안 펼쳐 온 사업은 크게 교육, 보건, 사회인프라 개발, 경제개발, 주민의 자생력 계발, 구호·복지, 환경개발 등 7개 영역.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세월을 훌쩍 넘긴 개발사업으로 주민 호응이 매우 높다.

현지사업장 직원 차민다(30) 씨는 "한국의 변함없는 지원 덕분에 깨끗이 정수된 식수도 맘껏 마실수 있게 되는 등 주민 삶의 질이 획기적으로 향상됐고 스스로 일어서려는 자립 의지도 한결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결연아동에게 꾸준히 후원금을 보내오다 현장방문에 직접 참가한 장영애 인천송월초교 교장은 "한 달 2만원의 후원금이 스리랑카 어린이 한 명의 한 달 끼니를 해결해 주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24일 귀국길에 오른 현장방문단의 입에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가난과 기아에 허덕이는 빈국 어린이와 부모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도움의 손길을 한국인이 먼저 내밀어야 한다는 절박함을 새삼 깨달았다"는 이구동성이 나왔다.

/글·사진= 윤관옥기자 blog.itimes.co.kr/okyun


◇세바나갈라 지역개발사업 현장방문단
단장 : 배상만(인천 남부교육청 교육장)
단원 : 김청극(경기교육자원봉사단체협의회 부단장·수원청명고 교장), 강태준(인천서흥초교 교장), 장영애(인천송월초교 교장), 이기용(인천 동부교육청 초등교육과장), 윤병환(인천 동부교육청 중등교육과장), 김영심(경기시민여단 총단장), 김민숙(월드비전 인천지부장 겸 선학복지관장), 최성호(월드비전 경기지부 과장), 전진(월드비전 한국 간사), 윤관옥(인천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