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직 가장 직업 연계방안 시급
아담채
지난해 10월 인천 남동구 수산동 37의 3에 부자 한부모가족을 위한 시설 '아담채'가 들어섰다. 모자 한부모가족을 위한 대책이 주를 이뤘던 한부모가족 정책에 새로운 시도였다. 지난해 6월 말 현재 인천에 있는 부자가족은 모두 1천641세대로 4천463명이나 된다. 이 중 모·부자복지법 대상자는 733명에 2천080명에 불과하다. 또 국민기초수급대상자는 전체 부자가족 중 908세대다. 아담채는 지난 19일로 문을 연지 만 3개월이 됐다. 이제 조금씩 자리 잡아가는 아담채는 어떤 곳인지 살펴보자.

▲아담채에 들어오기까지
박시찬(47)씨가 아담채에 들어온 것은 지난해 12월. 올해 중학교 1학년이 되는 큰 아들과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둘째 아들이 함께 이곳 생활을 시작했다.
박씨 가족은 아담채에 오기 전까지 아이들은 추운 겨울을 보내야 했다. 공사장에서 일하거나 식당 배달일을 했기에 벌이는 늘 일정치 않았다. 월세 20만원을 내는 일도 벅찼다. 그가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은 따뜻한 밥을 지어주는 일 뿐이었다.
그는 수 년 동안 일나가기 전 아이들이 먹을 하루치 밥을 해놓고 가는 일이 습관이 됐다. 가끔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생기면 아이들은 라면을 끓여 먹거나 손수 밥을 지어먹어야 했다. 혼자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지만 지난해 6월에는 국민기초수급대상자가 됐다. 아는 사람들과 빚을 내서 시작한 식당이 망했기 때문이다. 하루도 버티기 힘든 상황에서 그는 공무원의 도움으로 아담채를 소개 받았다.
아담채에 온 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아이들에게 두려움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박씨가 조금이라도 늦으면 혹시 우리를 버리고 도망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언제나 마음을 놓지 못했다. 박씨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며칠동안 아이들만 놔둘라치면 아이들은 아빠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아이들은 이제 점점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박씨는 이곳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려 준비 중이다. 아담채에 있는 가장 17명 중 박씨를 포함한 2명은 아직 일정한 직업이 없는 상태. 이 둘은 아파트 단지나 각 동에서 나오는 고철과 재활용품 등을 수집해 업자에게 전달하는 일을 하려고 계획 중이다. 식당을 하면서 사채업자에게 빌려썼던 돈도 3년 뒤면 모두 청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박씨는 "내가 아담채에서 생활하는 3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다음 번 이곳에 오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수도, 절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며 "나만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아담채는 어떤 곳인가
현재 아담채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17세대 47명이다. 이제 막 젖을 뗀 세살박이부터 18살 청소년까지 다양하다. 가장들은 대부분 40대 중반이고 30대 중반의 젊은 가장들도 종종 눈에 띤다.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모두 7명으로 시설장과 사무국장, 생활복지사, 영양사, 조리사 등 각각 1명 씩이다.
건물은 본관과 별관으로 나뉘어 있다. 각 가정이 생활하는 방은 33㎡정도이고 방 두개에 거실 하나, 부엌, 화장실이 딸려 있다. 작은 가정집과 다를게 없다.
매 끼니는 시설 식당에서 해결할 수 있게 돼 있다. 대부분 부자 한부모가정이 겪는 어려움은 아이들의 끼니를 챙겨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모자 한부모가정 시설과 달리 시설에서 끼니를 마련해 주고 있다. 식사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그 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저장고를 마련해두기도 했다.
아담채는 입주하면 3년 동안 생활할 수 있다. 조건에 따라 2년 연장이 가능하다. 동사무소에서 부자 한부모가정으로 선정된 이들과 국민기초수급대상자가 입주 대상이다.
이곳에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가족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자원봉사를 원하는 학교 선생님들이나 학원 강사들이 와서 저학년을 대상으로 영·수·국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한자능력검정급수시험을 준비하는 아이들에게 한문 수업도 하고 있다.
아버지들을 대상으로 금연교실 등 아버지 교실이 운영된다. 매주 월요일에는 함께 대청소를 하면서 정을 나누고 집단상담과 일주일 반성·계획 프로그램을 통해 고민을 듣는다. 아이들과 대화하는 데 미숙한 아버지를 위한 교육도 준비 중이다.

▲아직은 미완성
몇 개월 운영하면서 아담채에 숙제가 주어졌다. 그 첫 번째가 입소자들을 위한 직업 연계 방안이다. 시설에 들어온 부자 한부모가정 다수가 경제 여건이 좋지 않다. 기초생활보호대상자도 있는 상황이다.
아담채 생활 3년 동안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라고는 하지만 정작 직업을 구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시청이나 각 구청, 고용안정센터 등에서 하는 직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안내해주는 게 전부다. 또 기초생활보호대상자는 시설에 들어가게 되면 금전적인 국가 지원이 모두 끊기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기초생활보호대상자인 박시찬씨는 "여기에 들어오기 전에는 한달에 일정하게 들어오는 소득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끊기고 나니 일이 없는 한겨울에는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으니 힘들다"며 "시설을 이용할 때는 원래 받는 금액의 몇%만이라도 지급해주면 생활이 좀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100% 시비로 운영되다보니 예산이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생활할 수밖에 없다. 날은 점점 추워지지만 난방을 마음대로 할 수 없을 정도다. 인천에 처음으로 만들어진 시설인 만큼 기업이나 단체가 주는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
김덕성 사무국장은 "아담채에 들어오려고 하는 이들은 그나마 아이들과 삶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지만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이 좁다보니 입주자들에게 미안하기만 하다"며 "꼭 기관이 아니더라도 단체에서 관심을 가져준다면 입주자들이 일자리를 구하거나 이곳을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글·사진=소유리기자 blog.itimes.co.kr/rainw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