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이란편 총정리
1 페르세폴리스 조각상.
역사상 가장 크고 위대한 길인 실크로드를 취재하기 위해 인천일보 특별취재팀은 지난해 중앙아시아를 탐사했다. 이어 올해는 서남아시아의 핵심이자, 고대 페르시아 제국의 영화가 깃든 이란을 중점적으로 돌아봤다.
서구문명과 충돌하며 동방문명을 꽃피운 고대 페르시아의 영광과 자부심이 넘치는 이 곳을 우리는 12일간의 짧은 기간에 한반도의 8배에 달하는 이란의 3분의 2를 돌았다.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더위를 참고 하루 평균 1천㎞가 넘는 여정을 강행했다. 도로는 고도 2천m가 넘는 험준한 산맥을 내달렸다. 물은 고귀하여 뜨거운 식수일지언정 진심으로 신께 감사했다.

7천만명이 넘는 대도시인 테헤란. 그리고 실크로드 전성시대에 '세계의 절반'이라고 불리던 이스파한. 특히 이스파한은 페르시아 특산물인 카펫트가 유명한 곳은 물론 16세기 압바스1세 때 조성된 폴로경기의 고향 이맘광장은 감탄을 자아나게 만들었다.

남부도시 야즈드는 고대 종교인 조로아스터교의 발원지로 아테슈카데 사원 안에는 1천532년 된 불씨가 아직도 꺼지지 않은 채 타오르고 있다. 조로아스터교는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뿐 아니라 불교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 실크로드를 통해서 전파된 것이다.

고대 페르시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쉬라즈의 고대도시 페르세폴리스는 다리우스 1세 때인 기원전 518년부터 짓기 시작해 60년이 걸렸다고 한다. 유라시아에 최초의 세계 통일제국을 세웠던 아케메네스 조 페르시아는 페르세폴리스의 건설을 통해 세계의 중심을 선언한 것이었다.

비샤푸르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유적지가, 수사는 사산조 페르시아의 유적이 있는 곳이다. 사산조 페르시아의 건축기법은 우리나라 고구려의 그것과 많은 점에서 흡사한 사실도 이번 취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고구려가 강대국이던 4세기, 초원길은 열려 있었고 고구려인과 페르시아인이 조우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특히, 돌을 쌓아 만든 각종 건축물은 너무도 유사하여 두 나라간에 교류가 있었음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2 고대 페르시아 시대 왕이 지나 다녔다는 로얄로드는 그 길이를 현재로써 가듬조차 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바닥에는 모두 돌로 포장을 했으며 이란의 하마단과 비스툰, 그리고 바빌로니아까지 연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고대 페르시아를 지나 바빌로니아까지 이어졌던 왕의 길이었다는 로얄 로드의 흔적과, 다리우스 황제가 국내를 통일하고 그 위세를 드높이고자 로얄 로드가 지나는 길 옆 바위산에 조각한 비쉬튼 벽화의 생생함, 케르만샤에서 만난 한류에 빠진 이란인들의 해맑은 모습, 유전과 가스매장량이 세계적 수준인 대국이 펼치는 에너지 정책, 그리고 이란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활동상과 기아자동차의 프라이드가 천국인 이란의 모습 등이 본 지면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됐다.

페르세폴리스에 조각된 군인 부조.
이번 취재를 통해 고대로부터 사람과 문화가 모두 상호 교류를 통해 발전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실크로드를 통해서 말이다. 실크로드는 도시문명의 흥망과 그곳에서 산 인간 군상의 생생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실크로드는 지엽적이고 편협한 길이 아니다. 물자는 물론 인간과 문화, 종교와 사상 등 모든 것이 소통하며 그 속에서 새로운 담론을 실어 나르는 거대한 물류(物流)의 길인 것이다. 아시아의 고대 문명들의 전성기는 모두 오랜 시간 이 길을 통한 교류에 의해 모방과 창조의 산물일 것이다.

고대 페르시아 왕국의 로얄로드를 따라 이라크와 시리아, 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의 나머지 현장들도 내년에 둘러볼 예정이다. <끝>
 
/특별취재팀

지원:지역신문발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