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 출산장려, 보육정책
시예산 1천억원 중 80% 국책사업 배정
 
국·공립 시설확충 뒷전 전국평균 미달
 
지자체 특색있는 장기계획 수립 절실
 
2억3천199만2천원. 한국사회보건연구원은 지난 10월 자녀 한 명을 대학 졸업 때까지 키우기 위해 드는 비용을 산출한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003년 1억9천870만8천원보다 1억4천만원 정도가 늘어났다. 지난해 자녀 1인 당 평균 양육비는 소득의 46.4%인 86만5천원이 양육비로 사용됐다. 매달 100만원 가까운 돈은 20여 년 동안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출산율 1.07명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부부에게 맞벌이는 필수가 되고 보육은 피할 수 없다. 보육은 사교육의 시작이다. 시설에 맡기지 않는다고 해도 아이를 기르는 노동력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인천시는 출산 장려 정책의 하나로 매년 보육정책 지원금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는 없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부부만의 몫인가. 인천시와 각 구·군에서 실시하고 있는 출산 장려 정책은 어떤 것이 있으며 보육 전문가들은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살펴본다.

▲보육 관련 예산 1천억원 시대?= 인천시 올해 보육 관련 예산은 801억7천400여 만원이었다. 내년에는 이보다 늘어 1천161억여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약 44% 정도가 늘어나게 된다. 큰 폭으로 증가한 예산 항목을 보면 저소득층 보육료와 장애아 보육료, 만 5세아 보육료 등 정부에서 실시하는 보육 사업에 지원하는 예산이 440억원에서 660여 억원으로 50%가 늘어난다. 또 셋째아 보육료 지원, 법정저소득층아동현장학습비 등 시책 사업에 들어가는 내년 예산이 34억6천여 만원으로 올해보다 8억6천여만원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각 구도 10~40%정도 예산이 늘어난다. 몇 개 구를 보면 연수구는 올해 예산이 90여억원에 달했고 내년에는 150억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구는 올해 46억원에서 내년 51억원으로 9%가 상승한다. 동구 역시 올해 34억원에서 내년 48억원으로 늘어날 계획이다. 부평구와 남동구 역시 내년에 70~80억 정도가 올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육과 관련한 예산은 해마다 껑충 오르고 있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지는 의문이다.

구 관계자는 "예산은 매년 늘어나지만 실제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의 여건이 나아졌다는 것은 느낄 수가 없다"며 "예산만 늘어난다고 아이를 마음 놓고 낳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시 예산은 1천억원이지만 대부분이 국책 사업에 쓰이고 있다. 가장 큰 덩어리가 큰 국책 사업은 저소득층 보육료 지원사업이다. 이는 기초생활수급자부터 도시근로자가구 월평균소득 100% 수준에 있는 계층까지를 모두 5개 계층으로 구분해 만0세부터 만4세까지 연령 별로 보육비를 차등 지원한다. 올해 초 인천시에서 발간한 보육사업안내를 보면 저소득층에 지원하는 예산은 올해 390여억원. 내년에는 계층별 보육비 지원이 확대돼 저소득층 지원 예산만 477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또 다른 국책 사업인 만 5세아 보육료와 장애아 보육료, 두자녀 보육료를 모두 합하면 587억여원이다. 여기에 보육시설 운영 지원, 영아반 보조금 지원, 보육 인프라 구축 사업 등 국책 사업에만 전체 예산의 80%가 사용된다.

보육에 기초라 할 수 있는 보육 시설 확충은 뒷전이다. 지난 2005년 12월 여성가족부 통계를 보면 인천은 전체 보육 시설 중 국·공립 시설이 차지하는 비율이 3.9%로 전국 평균 5.2%보다 한참 뒤에 있다. 서울 10.3%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부산 7.0%보다도 떨어진다. <표 1 참고>

인천발전연구원에서 지난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육아지원정책으로 응답자 1천명 중 52.2%가 보육시설 확충을 꼽았다. 특히 30.6%가 국·공립 시설 증설을 원하고 있다. 이에 시는 지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국·공립 보육시설을 88곳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지만 예산은 여의치 않다. 올해는 13개소를 설치하는 데 63억원이 예산으로 잡혔다. 반면 내년에는 17개소를 확충한다는 목표지만 올해보다 적은 56억원 정도가 책정됐다.

또 국책 사업의 몸집이 크다보니 각 기초자치단체도 여파가 미친다. 각 구·군에서 자체 사업으로 쓸 수 있는 돈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연수구가 자체 사업 예산이 4억8천여만원으로 가장 많고 남동구가 2억3천여만원, 부평구가 2억7천여만원 정도다. 중구와 동구, 남구는 4천만원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문제는 각 자치단체가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보육에 관한 장기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각 구·군은 소독비 지원, 보육교사 연수, 보육시설 행사를 지원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나마 옹진군이 어린이집 유치원생 보육료 확대 지원 등을 해주고 있을 뿐이다. <표 2 참고> 인천시도 지난해 올해부터 2011년까지 인천시중장기보육계획을 세웠지만 대부분 여성가족부 정책을 반영하고 있다. 시 장기 사업으로 내놓은 것이 소규모 보육 시설 네트워크 구축과 시 보육정보센터 설립 계획 정도다.

구 관계자는 "국·시책 사업을 하다보면 여력이 없어 우리 구만의 특색사업을 하기는 불가능하다"며 "5개년, 10개년 계획을 세우는 것도 예산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고 말했다.

▲보육 정책, 핑계는 이제 그만= 유정은 보육실천연구소 문아성 소장은 수 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도 여전히 보육이 어려운 이유를 보육 정책 예산 항목에서 찾았다. 그는 특히 저소득층 지원 예산까지 보육 정책 예산에 포함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유 소장은 "계층 별로 투입되는 예산이 해마다 증가했을 뿐 정작 전체적인 보육 정책과 관련한 예산 증가 폭은 크지 않다"며 "계층 별로 지원하는 예산은 보육 정책이 아닌 사회 기본 예산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인천시와 각 자치단체가 각 지역 특색에 맞게 차이를 두고 정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 삼았다. 유 소장은 "각 자치단체는 아토피 아이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유기농 농산물을 지원하는 방안을 만드는 등 구에서 적은 예산으로 할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하는 흔적이 없다"며 "시는 예산을 정책에 국한해서 지원해줄 것이 아니라 구 상황에 맞게 지원해주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홍미희 인천발전연구원 인천여성정책센터장은 "일·가족이 양립할 수 있도록 만 2세 이하 영아를 전담으로 맡길 수 있는 시설이 늘어나야 한다"며 "민간 시설보다 상대적으로 질이 높은 국·공립 시설이 각 동에 하나 이상은 설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나 기초단체에서 일회성 사업에 집중할 뿐 장기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는 것도 문제다"고 덧붙였다.

김혜은 인천여성회 기획국장은 상황별 지원 사업을 강조했다. 그는 "올해 초 인천시 여성관련 예산을 분석한 결과 전체 예산의 90%가 보육료 지원사업이었다"며 "저소득층을 계층별로 나눌 것이 아니라 아동 별로 특성에 맞게 지원하는 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유 소장은 "보육은 여성들의 사회진출과 남여 평등, 노동 시장 유연화 등 모든 사회 현상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통합적인 사고가 필요하다"며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하다면 인천 보육 환경이 달라지기는 힘들 것이다"고 말했다.

/소유리기자 blog.itimes.co.kr/rainw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