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차도르 둘러싼 논란 - 외국 여성도 예외는 없다 '검은 천' 으로 몸을 감싸라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필수 의복화
 
일부는 "표현자유 침해" 착용거부 운동
 
젊은 세대 화려한 스카프로 멋 내기도
 
이란 타게보스탄 페르시아 유적지를 관람하는 모녀. 어머니는 전통의상을 고집하고 있지만 딸의 의상은 단속경계선을 넘나들고 있다.

이란은 차도르의 나라다. 이란 어디를 가나 검은색 천으로 얼굴을 제외한 온 몸을 감싼 여인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의 여성은 얼굴과 손을 뺀 나머지 신체는 전부 가려야만 한다. 이는 이란을 여행하는 외국인 여성도 예외일 수 없어 반드시 스카프를 써야만 한다. 이란 국적의 항공기를 타면 공항 도착 전에 기내에서 외국인 여성들에게 스카프를 나눠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차도르는 원래 태양의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슬람 사상이 확립되면서 여성의 필수 의복으로 바뀌었다. 이슬람은 남성과 여성의 존재를 동등하게 인정했으나 시대가 흐르면서 변형되었다. 즉, 여성은 성욕이 강하고 조절능력이 떨어진 존재이며, 아울러 자신을 드러내어 남성을 유혹, 사회혼란을 부추기는 존재로 인식되어졌다.

오랜 세월 입어온 차도르는 이제 이란을 상징하는 고유명사가 되었다. 이란의 수도이자 중동지역의 핵심도시인 테헤란. 현대문명의 이기가 삶을 지배하고 있는 공간에서도 검은색 차도르를 입은 여인들이 무수하다. 길거리를 걷다가 눈길이라도 마주치면 얼굴을 돌리거나 차도르로 얼굴 전체를 감싼다. 약간은 수줍은 듯한 모습이다. 이란의 여인들은 차도르 착용을 어떻게 생각할까. 전통복장론과 여성인권 탄압이라는 두 가지의 의견이 있다.

이슬람의 여성론은 외면보다는 내면을 중시한다. 이러한 까닭에 차도르의 착용은 오랜 문화적 관습에 따른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고, 불편함도 없다는 것이 전통복장론이다. 여성인권 탄압이라는 측면에서의 차도르는 가부장적 사회의 산물이며, 여성 또한 남성과 마찬가지로 신체노출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스카프와 청바지로 대표되는 신세대 패션이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젊은 여성들 중에서도 전통복장을 고집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전통 차도르 복장을 한 여인(왼
쪽)과 스카프와 선글라스를 쓴 여인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의 이란은 차도르를 쓰는 데 있어서 별다른 제약이 없었다. 혁명 전까지 이란을 다스린 팔레비왕조는 근대화와 서구화정책을 추진하였는데, 여성의 교육과 법적 지위에도 관심을 가지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성직자와 보수적 여성들의 반대에 부딪치고, 혁명 이후 호메이니옹이 주창한 '이슬람으로 돌아가자'라는 모토 아래 이란의 여성들은 다시 차도르를 착용하게 되었다.

이란에서 여성들의 노출패션은 단속의 대상이다. 이는 남성도 마찬가지여서 반바지를 입을 수 없다. 이슬람 혁명 직후, 차도르 착용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저항이 거셌다. 하지만 이슬람혁명정부는 정부 특성상 서구문화에 물드는 것을 막을 필요가 절실했다. 그리하여 차도르를 착용하는 것은 서구적 전염병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는 예방접종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게 되었다.

"차도르의 올바른 착용은 일종의 사회적 예방접종이다. 무슬림 남성과 여성을 위한 예방접종인 것이다. 우리의 순수하고 정숙한 누이들을 위한 예방접종이다. 세상에 병균이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세상에 질병이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서구 중독증의 질병에 대항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우리는 스스로 우리 자신을 지켜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들을 스스로 검역해야만 하는 것이다. 서구적 질병에 오염된 보균자는 사회로부터 격리시켜 치료해야 한다."

예방접종이 공공의 건강을 위해 강제성이 있는 것과 같이 차도르의 착용 또한 국민적 합의 없이 진행되어 마땅한 것이었다. 그러나 저항은 줄지 않고 여성들의 복장 위반행위가 거세지자 '잘못된 베일 착용'에 대한 정부의 캠페인과 단속이 병행되었다.

이슬람 혁명은 사회와 여성의 정화가 중심이었다. 팔레비왕조시대 50년간 진행되고 획득한 여성의 권익은 일순간 폭풍을 맞이했다. 여성은 가정으로 돌아가 부인과 어머니로서의 전통적 역할에 충실해야만 했다.

200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이란의 반체제 여성법률가인 시린 에바디가 의도적으로 차도르 착용을 거부해 이란 여성의 차도르 착용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도 있지만, 혁명이 난 지 30여년이 다된 현 시점에서도 대다수의 이란 여성들은 차도르를 착용한다. 다만 보다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했을 뿐이다. 원래 차도르는 머리카락을 모두 감추고 신체의 굴곡이 드러나지 않게 느슨하게 써야하지만 요즘의 젊은 여성들은 앞머리를 살짝 늘어뜨리거나 차도르 대신 짧은 외투에 화려한 색상의 스카프로 멋을 낸다. 여성의 상징이고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도르의 착용이 여성 자신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불만도 있지만 대다수의 이란 여성들은 오늘도 전통적 관습을 지키며 차도르를 착용하고 밖으로 나온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 몸은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었을지라도 검은색 차도르를 입은 여인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거리를 활보한다. 이제 차도르는 이란이슬람공화국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당당하게 자리를 잡은 것이다.

/특별취재팀
 
지원:지역신문발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