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김대통령의 정치·경제 등 국정 운영이 제도와 원칙이 아닌 권위주의적 잔재가 남아있는 「인치」의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사례를 열거하는데 연설의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이총재는 연설에서 『권력이 대통령 한사람에게 집중돼 그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좌우되는 「제왕적 대통령」의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며 『또한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법집행은 법의 권위마저 추락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시장의 힘이 아니라 국가의 강압이 동원되는 등 한국경제는 시장에 대한 국가폭력이 난무하는 명령경제가 되고 있다』면서 『정치논리를 앞세운 인기영합주의는 한국의 정치·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또하나의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총재는 『정권교체로 인한 국민들의 좌절감과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며 『반세기만에 처음이라는 수평적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리더십 교체가 이뤄지지 않아 한국 민주주의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앞서 이총재는 뉴욕시내 한인 천주교회에서 미사를 올린뒤 인근 음식점에서 열린 교포환영 만찬에서도 500여명을 상대로 연설을 하면서 APEC(아태경제협력체)정상회의에 참석중인 김대중 대통령과 현정부 비판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총재는 이 연설에서 『권위주의적 국정운영 방식으로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며 『국회는 경시되고, 야당은 탄압받고 있는가 하면 공직자의 비리와 부정부패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총재가 이처럼 김대통령 및 현정부에 대해 잇따라 비판을 제기하고 있는 것은 야당총재의 입장에서 「반DJ 대안세력」으로서의 이미지 형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총재는 그러나 이날 현지 숙소에서 수행의원들과 측근들을 소집, 자신의 발언이 김대통령에 대한 비난공세가 아닌 정책비판과 올바른 국정운영방향 제시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등 국내의 비판적 시각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총재는 14일 오전 3일간의 뉴욕 방문일정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떠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