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기자 이스탄물을 가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운행하는 배. 이 해협이 봉쇄되면 지중해-흑해간 통로가 막힌다. 따라서 18세기엔 이 해협 통행권을 둘러 싸고 전쟁이 벌어질 뻔하기도 했다. 터어키는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쇠락과 분열에 따라 해협 통제권을 뺏길 뻔 했지만, 1923년 터어키 공화국의 개국으로 다시 통제권
을 장악했다고 한다.
터어키가 유럽과 아시아가 교차하는 동서 문물의 교류지였다는 것을 입증하는 곳은 '그랜드 바자르'다. 이스탄불 지구 남쪽, 술탄 아흐메드 자미(사원)을 돌아 10분 정도 걸어 내려가면 볼 수 있는 이 곳은 터키어로 카파르 차르쉬라고 하며 지붕이 있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이 시장은 원래 비단길을 통해 저 멀리 인도, 중국, 심지어 한국과 일본까지 다녀 온 대상들이 말·낙타에서 짐을 풀어 상품을 팔았던 곳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남대문 시장이라고 보면 된다. 즉 흥정이 가능하다는 뜻. 그러나 자칫 잘 못하면 바가지를 쓸 수 있으니, 상인이 부르는 값의 50%를 무조건 깎을 생각을 하라는 것이 현지 가이드들의 조언이다. 화려한 터어키식 카펫이나 숄더, 양가죽 제품 등을 싼 값에 구입할 수 있다. 상인들이 제공하는 '차이'(홍차의 일종)를 마시며 즐거운 쇼핑을 할 수 있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일주하는 '보스포루스 크루즈'도 시원한 바닷바람과 주변의 뛰어난 풍경 때문에 관광객들에겐 필수 코스로 꼽힌다.
보스포루스 해협은 흑해와 마르마라 해를 연결하며, 예로부터 흑해에서 다르다넬스 해협을 거쳐 지중해에 이르는 교통·군사상의 중요한 수로(水路)였다. 이에 따라 이 지역을 점령한 오스만투르크 제국은 해협 양안에 요새를 쌓아 이 해협의 통제권을 장악하는데 먼저 신경을 썼다고. 그러나 18세기 들어 유럽의 강국들 틈에 밀려 오스만제국이 쇄락함에 따라 한때 이 해협에 대한 통행권을 둘러 싸고 전쟁이 일어날 뻔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터어키 공화국을 건설한 '무슈타파 케말 이타튀르크 파샤' 초대 대통령이 수도를 보다 안전안 내륙 지방인 앙카라로 옮기고, 국력을 강화함에 따라 이 해협 일대의 통제력을 다시 되찾았다고.
스포루스 해협은 이러한 역사성과 함께 뛰어난 해안 경관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보스포루스 대교는 1973년에 완성된 1천74m의 현수교로 세계 유수의 대교로 꼽히며, 그 바로 밑에 위치한 오르타쾨이 자미(사원)는 연인들의 대표적인 데이트 코스다. 이 사원을 오른쪽으로 놓고 뒷편에 보스포루스 대교가 보이도록 사진을 찍으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이 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4월 국빈 방문때 묵었다던 오스만제국 황제의 여름 별장(돌바흐체 궁전), 워낙 단단한 돌로 쌓아 콘스탄티노플 시절 침략한 이슬람제국의 황제인 마흐메트 2세가 대포로도 깨뜨리지 못했다는 테오도시우스 성벽, 국립육군사관학교 등이 절경으로 꼽힌다.
보스포루스 해협은 특히 아름다운 경치와 온화한 기후로 유럽 최고의 겨울 휴양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따라서 해협 양쪽에는 유럽 부호들이 거주하는 별장들이 즐비하다. 모두 고급스러운 주택에 전망이 좋은 곳에 위치해 있어 우리나라 돈으로 30~50억원 가량 줘야 살 수 있다고. 무엇보다 보스포루스 해협 크루즈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즐기면서 양안에 위치한 고대~근대 유적들을 한 눈에 바라 볼 수 있어 7천원 정도 하는 요금이 전혀 아깝지 않음을 느끼게 한다.
/글·사진=김봉수기자 (블로그)ins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