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강철희 인천국제공항경찰대 기획수사계장
미처 꽃을 피워 보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어간 버지니아 공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아울러 희생자의 가족, 그리고 미국인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
미국 최악의 교내 총기 사고의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고, 미국에 유학중인 유학생을 비롯하여 이민자들은 미국인들의 보복 등으로 한인 사회를 얼룩지게 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범인 조승희로 말미암아 인종적 편견이나 한국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지 말아 달라고 하소연 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한·미 관계가 악화될 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우리나라의 외국인 정책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펄벅재단 한국지부에 따르면 주한미군과 한국인 여성 사이에 태어난 혼혈인들이 1만명에서 1만5천여명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나, 베트남·태국 등 동남아시아 배우자나 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 중동국가의 배우자와 한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소위 '코시안'들의 숫자를 합칠 경우 혼혈인들의 수치는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저개발 국가인들과 혼혈인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멸시는 혼혈인을 제도권 교육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혼혈인들이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요망되는 시점이다.
주한미군과 한국인 배우자 사이의 혼혈인들의 학교 생활 적응이 쉽지만은 않은 상태에서 '코시안'들의 학교생활 적응은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혼혈인들의 학교생활 적응 실패는 심각한 사회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혼혈인이 제도권 교육에서 밀려나면 실업 가능성이 높아지고 인종 차가 정치적, 경제적 계층 차로 연결되면 사회 갈등 폭발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외국인 근로자들과 혼혈인들을 자주 접하는 영세 사업장의 업주나 근로자 및 시민들은 사회적 통합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혼혈인의 고통도 커지고, 사회에 대한 불신이 표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혼혈인들에게 더불어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불행한 일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혼혈인들은 학교에서의 따돌림으로 인해 학업을 포기하게 되고, 학력이 뒷받침 되지 못한 혼혈인들은 구직난을 겪게 되며 결국 구직난의 끝은 가난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대만인들의 화교학교 운영시스템과 같이 혼혈인 학교의 설립 등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다.
혼혈아들이 학교 교육을 정상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유치원 단계에서부터 다른 인종의 문화와 역사를 가르치는 등의 교육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비혼혈아가 혼혈아와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문화적 기반을 마련해야 혼혈인도 비혼혈인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미군과 일본 여성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에 대해서는 18세가 될 때까지 양육비와 교육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으며, 독일도 미군과 독일 여성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에 대해서 18세가 될 때까지 양육비와 교육비 전액을 독일과 미국 정부가 절반씩 부담하고 있다.
2005년도의 경우에만 동남아시아인 및 중동 국가인과 혼인한 한국인이 4천여명에 이르러 코시안이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 때문에 도시 지역보다는 농어촌 지역의 혼혈인 정책이 더 시급하다는 분석도 있었다.
농어촌 지역의 동남아시아 여성을 지역 학교의 외국어 강사로 활용하면서 코시안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자연스럽게 이들이 한국 사회를 이해하도록 유도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강철희 인천국제공항경찰대 기획수사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