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생태공원
2005.11.29
1996년 7월30일을 마지막으로 소래염전이 소금생산을 중단했다. 인천의 염전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평생 소금 만드는 일을 해온 염부들은 땀이 밴 도구들을 버리고 염전을 떠났다. 소금이 가득했던 검은 창고에 소금이 사라지고 난 후, 창고 옆 우거진 갈대숲에서 이름모를 새들만이 슬피 울고 있다.
염전이 사라진 후 2년이 지나서 남동구에서 잡초가 우거진 염전을 생태공원으로 복원하기 시작했다. 소금을 가득 싣고 다니던 길 양쪽으로 코스모스를 심어서 아름다운 꽃길로 조성했다. 턱없이 작지만 예전방식과 같은 모양으로 염전을 만들어서 소금생산을 하고 있다. 사라지는 아픔은 사람이나 자연이나 마찬가지이며, 지난날의 아름다운 추억은 가슴 속 깊이 아리게 남아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옛것을 싫어하고 새것만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리고 가장 쉽고 빠르게 부숴버리고 만드는 일에 이력이 붙었다. 그러나 보물은 새것이 되기 어렵다. 오래 묵을수록 보물이 되는 것이다. 보물을 구별할지 모르면 부자 되기가 그만큼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눈 뜬 장님과 다를 바 없다.
소래해양생태공원이 순조롭게 조성되는 도중에 남동구의 예산부족으로 지난해 초 인천광역시로 넘어갔다. 그런데 그 관리가 예전만 못하다.
소리만 요란했지 시민들과의 약속이 진전이 없어 매우 안타깝다. 공원조성을 미적미적 하다보면 점점 어려울 수밖에 없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땅값을 어떻게 할 것인가. 어차피 폐염전에 자연생태공원조성계획의 절반이 동강나서 시멘콘크리트 숲으로 건설되는 마당에 남은 반만이라도 늑장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인해 도시는 점점 황폐화 되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도시에서는 점점 숨쉬고 살기 어렵게 되어 방독면을 쓰고 다니는 세월이 돌아올까 두렵다. 공원은 많을수록 좋다.
이왕에 시민들과의 약속이니 자연친화적인 휴식공간으로 하루속히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마지막 소금밭 소래염전'사진책은 20여 년을 미친놈 소리 들어가면서 끈질기게 매달려 사진작업을 한 것 중에 302점을 선별했다.
1권의 책으로 나오기 까지 선별과 편집을 하는데 반년을 또다시 시달려야 했다. 특히 물질이 우선하는 세상에서 그 물질의 유혹을 떨쳐버리기란 배고픈 시절 보다 참기 어려운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때로는 좌절과 회의가 반복될 때마다 사진가의 길을 저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쉼 없이 사진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리도록 그리운 고향이 지척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 했다. 어렵사리 만들어진 '마지막 소금밭 소래염전' 사진책을 바라보면서 알 수 없는 서글픔이 복받쳐 올라왔다.
온갖 수모를 겪어가면서 돈 되는 일도 아니건만 무엇 때문에 책 만드는 일에 집착을 버리지 못했는지 알 수 없다. 신문 게제도 달갑지 않았다. 왜냐하면 신문 지질이 사진의 특성을 살리지 못해서 필자의 감성이 독자들에게 직접 전달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볼 수 없는 인천의 염전풍경들을 사진 속에서나마 어렴풋이 볼 수 있도록 독자들을 위해 지면을 배려한 것은 참 잘한 일이다. 이 한 권의 사진책이 만들어지기까지 도움을 준 윤태진 남동구청장을 비롯해 황 회장님 내외분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삭막한 이 세상에 소금과 같이 꼭 필요한 자료가 되길 바란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