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재벌개혁 방침과 관련해 정부가

18일 첫 조치로 단행한 「제2금융권 금융기관의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건전성 강화방안」은 5대 재벌의 제2금융권 지배를 차단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상대적으로 우수한 신용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계열 금융기관을 급속히 키운 5대 재벌은 여기서 끌어모은

자금으로 부실계열사를 지원하는 등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되는 행태를

보여왔다.

 이들은 특히 「대마불사」의 논리에 근거한 거대자본의 힘으로

금융자본을 지배하면서도 비상장사라는 이유로 자산운용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한을 받지 않아 사실 상재벌의 사금고 역할을 톡톡히 해 온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혔듯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지만 규제일변도의

내용인데다 부작용이 예상되는 부분도 있어 향후 일정부분 논란이

예상된다.

 ▲급속히 성장한 재벌의 제2금융권 금융기관=외환위기 이후 재벌이

소유한 투자신탁이나 보험사의 시장점유율은 크게 늘었다.

 투신사 수익증권의 경우 5대 재벌계열 금융기관 점유율은 97년 3월에

6.2%이던 것이 98년 3월 23.7%, 99년 3월에 31.6%로 늘었고 생보사

보험료는 97년 3월 30.5%에서올 3월 36.4%로 올라갔다.

 제2금융권의 수신 역시 97년 3월 18.6%에서 올 3월 34%로 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상대적으로 자금에 여유가 있고 덩치가 큰

5대 재벌로 시중자금이 급속히 몰렸기 때문이다.

 ▲투명하지 못한 경영관·허술한 감독=투신사나 생명보험사는 모두

비상장기업으로 지배구조에 대한 최소한의 적용도 받지 않아왔다.

 또 대주주가 이사회와 감사를 장악, 경영에 대한 전권을 행사하는 등

폐쇄경영으로 일관했으며 소수주주나 사외이사 등에 의한 경영감시도

기대하기 곤란한 형편이다.

 여기에 모집규모 10조원을 넘는 바이코리아 등 초대형 펀드가

출현하면서 자기계열 주식에 10% 이상 투자하지 못하도록 한 기존의

자산건전성 규제기준으로는 자기계열에 대한 투자나 여신을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가 없게 됐다.

 아울러 계열사 소속 기업들이 서로 맞인수를 한다거나 하는 방식의

교차지원에 대해 특별한 규제장치가 없었다.

 ▲재벌의 제2금융권 장악 큰 제약받을 듯=이번 조치로 금융기관이

대주주나 계열사를 지원하지 못하게 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재벌들의

사금고화는 상당부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투신사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기업을 관련계열로 정의,

투자한도를 설정함으로써 현실적인 제재를 할 수 있게 됐고 특히

장기적으로 보험사의 자기계열투융자한도나 투신사의 자기계열

주식투자한도를 아예 없애도록 하는 것은 자산건전성을 크게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또 사외이사의 확대와 권한강화, 감사위원회 제도 도입, 경영책임

강화, 소액주주권한 강화 등도 지배구조 선진화의 기본요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문제점과 과제=제2금융권에 대해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지금도 사외이사가 회사 경영과 관련해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실효는 거두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사외이사 비중을 늘리는 것 보다는 사외이사를 그룹총수가

선임하지 않도록 하고 회사의 경영부실이 바로 사외이사의 책임과 손해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먼저 확립하는 것이 이 제도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연합〉

 이사회나 감사위원회의 감독을 받는 법규감독관이 거꾸로 이사회가

주도하는 부당지원행위를 규제한다는 것도 형식상 모순을 담고 있다.

 재경부가 중장기 검토과제로 제시한 5대재벌에 대한 대출·투자총액제한

제도도 6대 이하 재벌과의 교차지원 방식은 여전히 가능하다는 점에서

눈앞의 현상만 규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