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지방분권
 “국세인 부가가치세의 20%를 지방소비세로 전환해 달라’, “광역지자체 일선 구(區)에도 교부세를 직접 달라”
 지난 25일 노무현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230개 기초단체장 오찬 간담회에서 일선 시장·군수들은 지방분권과 관련한 주요 현안들을 집중 건의했다.
 민선 4기 출범 이후 지난 8일에도 전국 16개 시·도지사 초청 국정현안 토론회가 있었지만 지방분권 핵심에 대한 접근강도는 기초단체장이 훨씬 강했다는 것이 이날 간담회를 지켜본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참여정부는 출범 초기 ‘분권과 자율’이라는 기조하에 지방분권을 국정운영의 핵심아젠다로 설정했다. 그 후 4년이 지난 지금, 정부와 지자체는 또다시 행정조직 및 재정의 자율성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핵심은 경제자유구역의 특별지자체 전환과 지방세법 개정안이다.
 공교롭게 이들 사안은 모두 가을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참여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지방분권의 성과가 시험대에 놓인 것이다.
 ▲끊이지 않는 특별지자체 논란
 지난 2004년 12월. 느닷없이 정부가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경제자유구역의 특별지자체 전환을 골자로 한 연구용역을 의뢰하면서 인천시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이 개청된 지 불과, 1년만의 일이다. 특별지자체는 정부가 경제청의 인사·재정·조직·사업결정권을 모두 장악하는 사실상의 중앙기관화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인천의 반발은 극에 달했다.
 당시 정부는 경제청 1년의 운영성과를 토대로 부진한 외자유치와 느슨한 지방행정 조직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인천시는 경제자유구역 조성사업에 대해 인색한 국비지원으로 맞섰다.
 몇 차례의 토론회를 거치면서 논란은 진정되는 듯했으나 정치권에선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다. 한나라당 이한구 이경재, 열린우리당 유필우 의원이 각각 특별지자체 전환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고 최근에는 재경부가 지자체의 자율성을 담은 개정안을 마련, 올 가을국회 상정을 기다리고 있다.
 인천 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재경부 안의 골격은 사실상 국비지원을 볼모로 경제청의 자진 중앙기관 예속화를 지자체에 종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지방분권 측면에서 원스톱 행정서비스와 재정지원 개정 발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분권 옥죄는 재정권한
 정부는 최근 취득세·등록세를 2%(현 세율 4%와 2.5%)로 하향조정하고, 지자체가 부담하는 지방교육청에 대한 법정전출금을 5%에서 7%(광역시 기준)로 상향조정하는 지방세법 개정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이 안은 현재 열리고 있는 8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들 법안이 통과되면 인천의 경우 올 하반기에만 371억원의 지방세수가 감소되고, 내년에만 1천330억원의 지방세수가 줄게 된다. 또 올 예산을 기준으로 매년 271억원의 추가 교육재정 부담액이 발생한다.
 올 한해 인천시가 거둬들일 지방세수는 총 1조6천900억원. 이중 취득·등록세가 차지하는 범위는 43%에 달한다. 취득·등록세가 인천 지방재정을 지탱해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인천을 비롯한 전국 지자체가 지방세법 개정에 반발하는 데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지방정부의 의견수렴 없이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관련법 개정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안상수 인천시장은 “정부의 감세정책에는 절대적으로 지지한다”면서도 “부동산거래세 인하방침은 지방재정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차대한 일인만큼 사전에 지방정부의 입장을 고려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인하대 이기우 교수도 “부동산가격 안정이라는 중앙정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방재정의 자율성을 침해하다 보니 논란을 빚게 된 것”이라며 “지방세율은 지방재정의 필요에 의해 결정돼야 지방분권 취지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박주성기자 blog.itimes.co.kr/js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