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바치는 기도(24)

 이 무렵, 우당리협동농장 관리위원회 사무실에서는 낙원군 사회안전부 모내기전투 노력지원대를 송별하는 연회가 벌어져 있었다. 15일 동안의 모내기전투를 끝마치고 돌아가는 간부들과 안전원들의 노고를 달래기 위해 우당리 당위원회 비서(里長)와 협동농장관리위원장(里長이 겸직하는 곳도 많다)이 주축이 되어 상금으로 내걸은 돼지를 잡고, 그동안 아낀 쌀을 빻아 떡을 만들고 술을 담가놨다가 떠나기 전날 밤 술항아리째로 들고 나온 것이었다.

 사무실 복판에 잇대어놓은 책상 위에는 돼지고기를 삶아 굵직굵직하게 썰어놓은 편육접시가 놓여 있고. 그 옆에는 녹두지짐접시· 나물접시·김치자배기·새우젓종지·떡접시 등이 책상 양쪽에 서서 집어먹을 수 있게 군데군데 놓여 있었다. 강냉이국수를 삶아 건져놓은 소쿠리 옆에는 밀주를 담은 술 주전자와 장국냄비가 놓여 있었다.

 푸짐하게 잘 차린 음식상을 사이에 두고 양편으로 갈라선 지역 유지와 안전원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워 보였다. 당비서와 관리위원장은 맞은편에 선 백창도 과장과 사로청위원장에게 술을 부어주고 있었고, 행정경제지도위원회(1985년 5월 이전에는 인민위원회라 불렀다.) 책임지도원과 리 분주소(里 안전원실이라고도 한다) 소장은 앞에선 기요과장과 인민경비대 중대장에게 술을 부어주었다. 이밖에 협동농장 각 작업반장들과 행정경제위원회 행정일꾼들은 자기 앞에 서 있는 안전원들과 인민경비대 소대장급 간부들 술잔에 술을 부어주었고, 부녀 조직원들은 그 사이사이를 오가며 뒷바라지를 해주느라 바빠 보였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원수님과 지도자 동지의 뜻을 받들어 우리 우당리협동농장까지 노력지원을 나와주신 안전부 간부 일꾼과 안전원 동지 여러분! 그 동안 정말 고생 많았습네다….』

 연회장에 모인 20여 명의 술 양재기에 누르끼리한 밀주가 한 잔씩 채워지자 당비서가 공손히 절을 하고 앞으로 나와 인사말을 시작했다.

 『그동안 고르지 못한 일기 속에서도 관내 당·정 기관 일꾼들과 학생들의 노력지원으로 우리 우당리협동농장은 86%의 논벌에 모내기전투를 끝마쳤습네다. 나머지 14%의 논벌도 남은 기간 동안 여러 작업반 동무들과 협심 노력하면 좋은 성과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네다. 이제는 한시름 놓았습네다만, 노력지원을 나온 몇몇 청년돌격대원들에 의해 인민군대에 보낼 마을의 돼지들이 없어지고, 또 우리 마을 송기수 농장원과 관리위원장 자제가 야밤에 모둠매를 맞고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는 여러 동지들이 많은 속을 끓였으리라 생각합네다. 이번에 발생한 좋지 못한 일로 인해 모내기전투마저 차질을 빚으면 어드러케 하나, 하는 걱정이 앞서서 말입네다….』

 인사말을 듣고 있던 작업반장들이 당비서의 말에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