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는 8일로 김일성 주석 5주기를 맞는다. 김주석 사후 5년 간 북한은 어떻게 변화했으며 향후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 ①정치:권력승계완료·김정일시대 개막 ②경제:회복기에 진입한 북한경제 ③사회·문화:식량난으로 파생된 사회 변화 ④대외관계:북한 대외정책 핵심은 대미관계의 개선 ⑤남북관계:당국간 대화는 기피, 민간경제 협력 치중 ⑥군사:군부위상 더욱 강화돼 ⑦주요일지 등 분야별로 분석해본다.

김일성 주석 사후 지난 5년간 북한은 격동의 세월을 보냈다. 그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변화로는 김정일 비서가 「친애하는 지도자」에서 「우리 당과 우리 인민의 위대한 영도자」로 부상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즉 당과 국가의 최고직책인 총비서와 국방위원장에 취임함으로써 권력승계를 공식 마무리하고 김정일시대의 닻을 올린 것이다. 또한 사회주의헌법을 개정해 지난 4반세기 국가권력구조의 뼈대로 유지돼온 국가주석제를 폐지하고 국방위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새로운 국가체제를 출범시킨 것도 눈에 띄는 변화로 지적된다.

 94년 7월 김주석 사후 김비서는 공식적인 권력승계를 미룬 채 한동안 김주석의 유훈에 의지하는 이른바 「유훈통치」로 일관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즉각적인 권력승계가 전임자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는 것과, 전통적 관례인 3년상의 복상기간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질적인 이유는 김주석 사후 당면한 체제위기 극복을 위해 일정기간 시간을 벌고 김주석의 후광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의도로 분석됐다. 경제사정이 급격히 악화되고 국제적인 고립이 심화되면서 체제붕괴위기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경제회생과 체제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가운데 김비서는 김주석 3주기 탈상이후 3개월만인 97년 10월8일 노동당 총비서에 추대됨으로써 권력승계를 위한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북한은 이날 당중앙위원회와 당중앙군사위원회 특별보도를 통해 김비서가 「노동당의 공인된 총비서」로 추대됐다고 선언했다.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선출」이라는 당규약상의 정식절차를 무시한 편법이었지만 반세기에 걸친 김일성시대에 종언을 고하고 김정일시대를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를 갖는 사건으로 평가됐다.

 북한은 김비서가 총비서에 취임한 이듬해인 98년 7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실시했다. 90년 4월 이후 8년3개월 동안의 장기 공백을 마감하고 국가기구 운용의 정상화에 발동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는 김주석 사망 직전인 94년 4월 제9기 7차회의를 마지막으로 그동안 한 번도 열리지 않아 국가시스템 전반에 신진대사를 불어넣지 못했다.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이어 그해 9월 최고인민회의 제10기 1차 회의를 열고 헌법을 개정, 국가권력구조의 틀을 새로 짰다. 지난 72년 12월 이후 국가기구의 골격으로 유지돼온 주석제를 폐지하고 내각제 형태의 정권수립 초기 권력기구 형태로 환원한 것이다.

 헌법개정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의 압권은 국방위원회가 지위와 권한의 확대·강화에 힘입어 「국가의 최고직책」으로 등장한 것이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국방위원장 추대연설에서 『국방위원장의 중임은 나라의 정치·군사·경제 역량의 총체를 통솔지휘하는 국가의 최고직책』이라고 밝혀 국방위원회의 위상 강화를 시사했다. 이는 군부우선·군사중시를 표방하는 김정일 총비서의 통치행태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됐다. 정무원이 내각으로 바뀌면서 구조조정과 세대교체를 이룬 것도 주목할만한 변화로 지적됐다.

 최고인민회의 제10기 1차 회의에서 김정일 총비서는 예상대로 국방위원장에 재추대돼 명실상부한 당과 국가의 최고통치자로 자리를 굳혔다. 이로써 김주석 사후 미뤄두었던 공식 승계를 완료하고 김정일시대를 활짝 열어젖혔다.

 한편 김주석 사후 김총비서는 군사를 중시하고 군부를 우선시하는 새로운 통치행태를 선보여 이목을 모았다. 안팎의 도전과 시련에 직면한 상황에서 현실타개를 위한 나름의 자구책으로 보이는데 북한은 이를 「선군혁명영도」로 개념화해 논리적인 뒷받침을 시도하고 있다.

 북한에서 김정일시대가 공식 개막됐지만 아직도 극복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또 당장 획기적인 현상타개의 해법이 마련될 것 같지도 않다. 그런 만큼 군에 의지한 김총비서의 통치행보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김정일호 북한」이 어떤 모습으로 거듭날지 주목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