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록 국립해양조사원장
“선생님! 독도 바다 속은 어떤 모양이에요?” 초등학교에 독도 특별수업을 갔을 때 한 학생이 질문을 했다. 준비해간 독도 영상자료와 바다 속의 그림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에게 설명을 했다.
독도는 해저 약 2천m 분출 화산섬으로 약 460만년에서 250만년전에 형성됐으며 87개의 바위와 암초로 이루어져 있다. 동도 최고봉은 98.6m로 정상은 평탄하고 서도는 최고봉이 168.5m로 산정(山亭)이 뾰족한 원뿔 형태를 띠고 있다. 분출 화산암은 현무암, 조면암, 응회암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단층과 주상절리가 발달해 있다. 이상은 수면위의 독도 모습이다. 이것이 독도의 전부일까? 아니다. 독도의 진면목은 수면 아래에 있다. 바다 속 독도의 모습은 원뿔 모양이다. 독도는 그 원뿔의 최상부이며 바로 빙산의 일각인 셈이다. 30m 수면 아래의 모습은 동도와 서도가 하나로 연결돼 있으며 수심 200m 속으로 들어가면 경사가 완만한 2천만평 해저의 정상부가 드러난다. 수심 1천m속은 도와 울릉도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독도 옆에 두개의 해산이 더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심 2천400m속으로 들어가면 울릉도와 독도의 바다 속살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수백만년 동안 자연이 빚어놓은 작품이다. 이 광경은 실로 장관이다. 물로 덮여 있어 눈으로 볼 수 없는 바다 속을 이렇게 우리는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바다 속은 어떤 모양일까? 의문은 참으로 오랫동안 인류에게 던져진 과제일 것이다. 우리곁에 있으면서도 멀게만 느껴지는 공간이다. 예로부터 우리는 바다로부터 많은 것을 얻고 이용해 왔지만 다른 면으로 인간이 감히 접근할 수 없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지배하는 공간으로 우리에게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인간의 호기심과 상상력은 이제 바다를 볼 수 있게 만들었다.
1, 2차 세계대전은 우리 삶에 있어서 참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았고 해양분야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군사력 향상을 위한 기술들이 점차 민간에 이전되면서 해양조사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되었다. 바다는 육지와는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다. 물로 덮여 있고 이 물을 매개체로 하여 바다를 알아내야만 했다. 그래서 인간은 음파기술을 이용했고 음파가 해저면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하여 그 지점의 수심을 재고 여러 지점의 수심값들을 연결하여 해저의 지형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기본에서 출발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게 되었고 현재의 해양조사기술은 바다 속을 빠짐없이 볼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전자기술과 더불어 컴퓨터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 또한 해양분야에 접목이 되어 바다를 조사한 엄청난 양의 자료를 처리하여 가공함으로써 우리가 눈으로 바다속을 보는데 기여하게 되었다. 바다속을 보다 자세하게 보기 위해서는 그만큼 해상도(Resolution)가 높은 보다 많은 자료를 취득해야만 한다. 이렇게 취득한 수십 기가바이트(Gigabyte), 수십 테라바이트(Terabyte)의 자료를 처리해야 하며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여기에 컴퓨터와 디지털 기술이 이용되어 물과 어둠속에 묻혀있는 바다가 그 속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백문이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이 있다. 시각적인 그림은 그 의미를 함축적으로 포함하며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더구나 바다 속은 물로 덮여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이 더욱 시급하다. 현재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대용량의 해양자료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해양 및 항만관리, 어장관리, 해저시설물관리, 군사작전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종이세대를 넘어 디지털세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지난 50년 동안 수로측량과 해도를 통해 해상안전을 확보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1990년대 중반부터 첨단 해양조사장비가 도입되면서 방대한 양의 정밀한 해저자료를 취득하고 있다. 해양정보의 수요가 다영화되면서 디지털형태의 시각적인 정보 즉, 3차원 영상물에 대한 요구는 급격히 늘고 있고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해양분야에 있어서 3차원 영상물의 활용성은 무궁무진하다. 우선 해양 항만행정 부분으로 그동안은 물로 덮여 있는 바다를 보면서 행정을 해왔다면 이제 정확하게 바다 속을 보면서 행정을 할 수 있다. 이것은 연간 수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해양, 항만행정을 효율적이고 과학적으로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다음은 군작전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해군작전, 특히 잠수함작전 등 해상, 해저에서 이뤄지는 작전들은 빠른 의사결정을 요구하기 때문에 3차원 입체의 정보는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이 밖에도 선박안전지원, 레저활동지원 등 사회전반에 걸친 범위와 시너지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기대된다.
해양분야의 앞으로의 과제는 대국민의 해양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다. 바다는 이제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이며 한정된 육지공간을 극복하고 우주로 나가기 위한 전초기지이며 부의 창출을 위한 공간이다. 이런 바다를 정확히 알리고 교육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자 의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