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상 수상은 꿈도 못꿨습니다. 작품상 발표 전에 개인상 수상자를 발표하는 바람에 극단이 작품상을 못받는 줄 알았어요.”
 극단 십년후(대표·최원영)의 창작뮤지컬 ‘박달나무 정원’에서 주인공 ‘호걸’역을 맡아 제23회 인천연극제에서 남자연기상을 수상한 하성민(35)씨는 “연기상을 수상한 것은 개인적으로 연기력이 뛰어났다기 보다 십년후 식구들이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하씨는 줄곧 서울에서 연극 배우 생활을 해왔다. 고교시절 봉사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어설프게 연극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대학 연극과를 지원했다가 낙방한 뒤 인하공전에 입학, 조선공학은 부전공으로 연극 동아리 ‘인하극장’을 전공으로 삼았다.
 극단 산울림에 입단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극인의 길에 들어섰다.
 다른 연극인이 그랬던 것처럼 허드렛일을 도맡았다. 그러길 몇 년. 처음 맡은 배역이 경찰역이었다. 취조실에서 10분 동안 서 있었다. 대사라곤 세마디가 고작이었다.
 “반대만 하시던 아버지께서 이러시더군요. ‘내가 해도 되겠다’. 이후 한번도 극장을 찾지 않으시다 지난해 ‘약속’(극단 미추홀) 공연 때 오셔서 ‘잘했어’ 짧게 말씀하시더군요.”
 연기 경력 15년만에 덜컥 연기상을 받고나니 오히려 부담이 더한다고 했다. 지고 있던 지게에 누군가 짐을 더 얹은 느낌이란다.
 원래는 주인공 호걸역이 아니었다. 지난해 공연작 ‘약속’을 본 선배의 적극적인 추천과 반강제로 얼떨결에 맡은 역이다. 그의 뮤지컬 데뷔작이기도 하다.
 하지만 노래도 부족하고, 이리 뛰고 저리 날아가는 격투신까지…. 다리 찢고, 화음 맞추고, 지난해 여름 내내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준 동료들이 없었다면 호걸이는 없었단다. 몸 어디 성한 곳 하나 없는 동료를 대신해 연기상을 받았을 뿐이라고 한 이유다.
 “매일 아침을 ‘박달나무 정원’에 나오는 음악으로 시작합니다. 다섯살박이 아들녀석조차 노래가사를 다 외울 정도예요.”
 ‘박달나무 정원’은 5월11일부터 3일간 앵콜공연한다. 이후 보완작업을 거쳐 22일부터 대전에서 열리는 전국연극제 인천대표로 참가한다. 뮤지컬이 전국연극제 본선에 오른 것은 드문 일이다.
 하씨는 ‘박달나무 정원’이 작품상을 타길 간절히 바라며 그렇게 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7월 태어날 둘째아이에게 좋은 선물을 주고 싶고, 침체된 인천연극계가 활력을 되찾길 바라기 때문이다. /김주희기자 blog.itimes.co.kr/kimjuhee
 
 사진설명 : 하성민씨가 23일 열린 인천연극제 시상식에서 남자연기상을 받고,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