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사회과학대 시민의식조사팀이 지난해 11월 인천지역 성인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진보와 보수 중 스스로 이념적 성향을 판단하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정책이나 이슈에 대한 생각을 물은 것이다.
 정영태 교수는 “지금 인천지역 시민사회는 진보화하고 있지만 구사회주의 체제를 지지하는 ‘수구’ 좌파가 아니라, 자본주의 이념을 기본으로 하되 그 부작용을 치유하기 위해 사회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의식을 가진 ‘진보적’ 자유주의자층이 두터워진 것”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다섯가지 유형의 정책과 이슈를 비교 분석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절차적 민주주의
 국가보안법 폐지나 호주제 폐지의 경우 진·보 세력간 입장차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보법의 경우 ‘진보’는 압도적 다수(74∼80%)가 폐지를 찬성하고, ‘보수’는 과반수(52∼62%)가 폐지에 반대했고, 호주제 또한 같은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매우 진보적’이라는 응답자 조차 75%가 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법원의 무죄판결이 잘못됐다고 평가할 정도로 진·보의 경계가 없었다.
 ▲참여형 민주주의
 ‘시민단체의 예산참여 문제’를 묻자 진·보 모두 압도적인 다수(80∼85%)가 찬성입장을 밝혔다. ‘노동자의 경영참여’ 또한 정도의 차이를 보일 뿐 과반수(59∼84%)가 찬성했다.
 ▲삶의 질
 사회적 민주주의나 삶의 질과 관련된 이슈에서의 태도 또한 진·보간 구분이 없었다. 과반수가 ‘세금부담의 증가에도 복지수준을 제고해야 한다’거나 ‘경제발전을 위한 환경파괴의 불기피성’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경제이념과 체제문제
 통일 후 체제에 대한 입장에선 진·보 모두 압도적으로 ‘순수한 한국식 자본주의’ 또는 ‘사회주의적 요수를 가미한 한국식 자본주의’를 선택했다. 이는 인천시민사회에서 자본주의 이념이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뜻한다.
 ▲한미관계
 이라크 파병과 주안미군에 대해선 진·보간 뚜렷한 입장차를 보였다. 파병철회에 대해 ‘진보’는 과반수가 찬성했지만, ‘보수’는 반대했다. 주한미군 철수 또한 대립 양상이 분명했다.
 정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진·보간 갈등을 초래하는 정책영역은 절차적 민주주의 영역과 한미관계 영역인데 반해, 참여형 민주주의 등에 대해선 시민적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조사결과 보수세력이 몰아세우듯 국보법과 호주제 폐지 또는 소파개정이나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진보주의자들이 결코 북한식, 소련·동구식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를 ‘제한적 좌경화’로 보고 “그간 우익으로만 채워졌던 이데올로기 지형을 넓임으로써 정책적 대안을 풍부하게 할 수 있다”며 “불필요한 이념적 논쟁을 삼가고 구체적인 정책을 둘러싼 합리적인 토론과 논쟁을 중심으로 정치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희기자 (블로그)kimju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