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는 여행객들에게 결코 환상만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한국사람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나라 이집트는 카이로 국제공항에 도착하면서 부터 짜증이 시작된다.
 이라크 파병 이후 한국관광객들을 입국심사대에 강제로 세워 놓고 생트집을 잡는 것은 그렇다 치자.
 카이로공항은 모든 입국수속을 마치고 짐을 챙겨 터미널을 빠져 나와도 시내로 자유롭게 출발 할 수 없다. 현지 경찰이 코앞에 있는 공항 게이트로 ‘안내’해 줄 때까지 누구도 맘대로 빠져나가서는 안된다. 그런데 경찰관이 안내해 주는 시간이 제맘대로다. 기분이 내키면 10분∼20분안에 게이트까지 데려다 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무런 이유도 없이 1시간 이상 무작정 기다리게 만든다. 여기서 부터 이 나라에 대한 이미지가 구기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애교 수준이다.
 유명관광지나 거리 곳곳에는 무장경찰이 무척 많이 배치돼 있다. 그런데 하나 같이 나사가 빠져 있다. 긴 하품을 하거나 쪼그리고 않아 조는 것은 예사고, 건들거리며 관광객들에게 ‘어디서 왔느냐?’며 농담도 건넨다. 놀라운 것은 경찰관들의 40%가 문맹이라는 사실이다. 이러니 치안이나 질서가 잡힐 리 없다.
 현지인들은 관광객들에게 사진을 찍어준다며 카메라를 건네 받아 그대로 도망치거나, 크고 작은 소매치기를 곳곳에서 저지른다.
 거의 모든 공중화장실에는 소위 관리인이 배치돼 있다. 그런데 이들이 하는 짓들이 가관이다. 화장실 이용객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척 하면서 휴지조각을 하나씩 건네준다. 이후 볼일 보고 나오는 사람들에게 이를 미끼로 돈을 뜯어낸다. 집요하게 따라 붙으며 돈을 요구해 당해본 사람은 몹시 기분이 상하기 마련이다.
 노점상들의 호객행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어쩌다 물건에 관심을 보이는 관광객에게는 먹이를 포착한 하이에나 처럼 딱 달라 붙어 물건을 떠 넘기다시피 하며 끈질기게 추근댄다. 혼을 뺄 정도다. 물건값도 엉터리여서 이들이 요구하는 대로 돈을 지불했다가는 영락없이 바가지를 옴팍 뒤집어 쓴다. 가격정찰제는 그 어디에도 없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 보다는 관광객들을 등쳐먹고 사는 생각이 뿌리깊이 박혀 있다는 느낌이다.
 교통질서는 더 엉망이다. 큰길에도 차선은 중앙선 하나뿐이다. 운전자들은 그냥 앞만보고 내 갈길만 간다. 거리는 하루종일 경적 소리로 시끄럽다. 양보는 상상할 수도 없다. 신호등도 없어 차량 사이로 길을 건너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슬아슬하다.
 이집트는 아직 발굴되지 않은 유적·유물이 워낙 많아 유네스코에서 모든 걸 알아서 해준다. 유물 발굴은 물론, 유지보수도 모두 유네스코 몫이다. 이집트 정부에서 하는 일은 오직 비싼 입장료 챙기는 것 딱 한가지다. /백종환기자 (블로그)k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