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플라멩고의 고장이다.
 플라멩고가 탄생한 것은 15∼16세기경 안달루시아 지방으로 알려져 있다.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등 3개 종교가 혼재하면서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온 이 지방은, 이 시기 유럽각지를 유랑하던 롬(영어로 집시)들이 유입된다. 이들은 스페인어를 강요받았고, 고유문화가 부정되거나 차별되는 억압의 시대를 거쳤다. 예능방면에 재능을 발휘했던 롬들은 이런 슬픔을 노래에 담아 불렀고, 자연스레 플라멩고로 발전했다.
 초기 플라멩고는 생활속의 애환과 사랑 등 일상적인 일을 주제로 노래했고, 반주는 손뼉(팔마)을 치는 수준에 그쳤다. 지금은 플라멩고에 빼 놓을 수 없는 기타나 캐스터넷츠도 나중에 도입된 것이며, 구두도 신지 않아 발소리(사파테아도)의 효과도 살릴 수 없었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엘 파티오 안달루즈’라는 타블라오(널판지로 만든 무대를 갖춘 극장식 레스토랑)를 찾았다. 무대는 서너평으로 초라한 편이다. 자리도 100석 남짓하다. 우리의 공연장쯤으로 생각했다가는 실망하기 십상이다. 입장객들에게는 저알콜 술과 안주를 제공해 준다. 공연은 밤 10시부터 12시까지 2시간 동안 진행된다. 가족단위로 이뤄진 공연팀(7∼8명)은 모두 실제 집시출신이다.
 댄서들은 혼자 또는 두 세 명이 한꺼번에 나와 정열적인 춤사위를 선보인다. 투우를 하는 것 같은 동작에서 섹시미와 힘·정열을 강하게 내뿜는다. 공연 간간이 플라멩고 기타연주도 들려준다. 유명한 플라멩고 기타리스트인 ‘파코데 루치아’와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연주실력이 뛰어나다. 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흡인력이 있다. 공연이 코 앞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그들의 호흡이나 시선 하나하나를 빠뜨리지 않고 감상할 수 있는게 매력이다. 다만 입장료가 80유로로 꽤 비싼 편이다.
 흔히 플라멩고 하면 밝은색 의상을 입은 이국적 미녀가 정열적으로 춤을 추는 것만을 상상한다. 그러나 이는 플라멩고의 일부에 불과하다. 남성 무용수의 관능적인 춤이나, 격렬한 기타연주, 노래(칸테)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즉 플라멩고는 바일레(춤), 칸테(노래), 토케(기타)가 삼위일체로 이뤄져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셈이다. /백종환기자 (블로그)k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