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을 대표할만한 유물이 많지 않은 현실에서, 소장되어 있던 시민의 귀중한 문화유산마저 잃게 되었다. 지역 유물을 지키지 못한 시에 대한 시민의 비난이 크다.

 시는 시지정 지방유형문화재 제10호 김재로영정(2점)은 물론 선생 관련 자료 일체를 각각 12일과 18일 소유주(선생의 8, 9대손)에게 반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반환유물은 시가 지난 90년부터 소유주로부터 위탁보관하며, 인천시립박물관 제3전시실 특별코너에서 전시해왔다.

(본보 4월15일자 1면 보도)

 시의 반환조치는 시가 김재로선생 관련 유물을 매입할 의사가 없음을 의미하는 것. 시민들은 더이상 인천출신으로 조선조 영의정에 세차례 오르는 등 청렴결백의 상징으로 추앙받았던 선생의 발자취를 가까이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시가 소유주로부터 영정매입제의를 받은 것은 지난달 초. 소유주는 개인사정으로 선생 영정을 매각해야겠다며 문화재보호법상 우선 매입자격이 있는 시에 매입을 타진했다.

 그러나 시는 지난 한달여간 예산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각계 의견 수렴 뒤 매입여부를 곧 결정해 밝히겠다고 해놓고 최근 소리없이 소유주에게 유물을 되돌려 준 것이다.

 시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매입예정가의 1%를 우선 계약금으로 지급하고 내년 본예산에 반영해 매입하겠다고 소유주를 설득했으나 일시불을 요구하는데다, 문화재계가 평가하는 액수보다 제시금액이 너무 많아 소유주 요구대로 반환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시가 좀 더 적극적이고 다각적인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후손들은 밝히지 않고 있으나, 이들이 선산 매입자금 마련을 위해 영정(시가 3억~3억5천만원)을 국내 대표적 문화재단에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문화재계 일반적 시각이다.

 선생의 영정 2점은 18세기 한ㆍ중 대표적 화원인 변상벽ㆍ한종유(한국본)와 시옥(중국본)이 그렸다. 보존상태가 우수하고 작품성ㆍ미술사적 가치가 뛰어나 국보급으로도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손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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