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화된 공무원 조기퇴장
 “조기퇴직이 마치 관례인것처럼 굳어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죠.”
공직을 천직으로 여기고 평생을 투신한 공무원들의 퇴장이 쓸쓸하다. 이달 말이면 도청에만 28명(잠정)의 공무원이 공직을 떠난다. 퇴임자 가운데도 정년을 채우지 못한 공무원도 들어있다. 소위 조기명퇴자들이다. 지난해에도 30명의 공무원이 평생을 몸담았던 공직에서 퇴임했다. 도는 올해도 오는 20일까지 조기명퇴자를 신청받고 있다. 올 퇴직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이들을 위한 배려는 초라하다. 한 공무원은 “도청에서 퇴임식이 열리기는 20여년이 넘었다”고 했다. 조촐한 ‘퇴임식’은 없어진지 오래고, 뭔가 쫓기듯 자리를 떠나고 있다. IMF이후 불기 시작한 조기명퇴 바람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탓이다. 연말만 되면 정년을 앞둔 공무원들은 이래저래 눈치를 봐야하는 분위기가 돼버렸다. 몇년 전과는 달리 조기퇴직을 종용하지는 않지만 조기명퇴가 언젠부턴가 ‘용퇴’로 굳어지면서 나타난 변화다. 그만큼 공직사회가 메말라 가고있다는 뜻이다. 정년이 임박한 공무원들은 조기퇴직도, 정년을 채우는 것도 이래저래 편치않은 상황이 됐다.
이런 까닭에 해가 지날수록 공무원들의 회한은 깊어만 가고 있다. 한 공무원(54)은 “명퇴를 생각해도 뭔가 모르게 쫓기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또다른 공무원(43)은 “조기퇴직이 마치 관례인것처럼 굳어지고 있는 현실이 걱정이다”고 말했다.
도는 그동안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과 인사적체 해소 등을 위해 조기명퇴를 독려했고, 공직 경쟁력을 강화하는 효과도 거뒀다. ‘철밥통’이라는 말도 사라졌다. 하지만 이같은 긍정적인 효과와는 반대로 어느새 조기퇴직이 관행화되면서 경륜을 펼칠 공무원을 밀어내는 현실로 바꿔놓은 것이다.
한 간부 공무원은 “요즘은 1년 일찍 승진하면 1년일찍 퇴직해야 한다는 말이 공론화돼 있다”고 허탈해했다. 오늘도 이들은 너나할 것없이 책상과 현장을 오가며 쉼없이 뛰어다닌다. 공무원들은 “사회변화에 맞춰 공직사회도 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공직을 천직으로 알고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에게 대한 따스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했다. /구대서기자 k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