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기는 애원하듯 영기에게 매달렸다. 하지만 영기에게는 그런 거부의 몸짓이 몸과 마음을 더 조갈(燥渴) 나게 하는 것 같았다. 그는 식식거리며 혜기의 허연 허벅지마저 쓰다듬기 시작했다….

 『아, 저 농끼(촌놈) 새끼! 어카면 좋으네?』

 30여m쯤 떨어진 바위 뒤에서 달아날 궁리를 하며 촉각을 곤두세워 두 사람의 거동을 지켜보고 있던 김만호 전사가 자신도 모르게 앓는 소리를 냈다. 그의 목소리는 혜기의 허벅지를 쓰다듬는 영기의 숨결만큼이나 격앙되어 있었다.

 『야, 저 농끼 새끼 우리가 이러구 있는 것두 모르구 양공질(성행위)까지 하네. 저것 봐. 농끼 새끼는 올라 타구 간나는 밑에서 오빠 오빠하구 야단이잖아.』

 영기와 혜기가 서로 껴안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모습이 보이자 세 사람은 그만 흥분하기 시작했다. 고기에다 술까지 알딸딸하게 마시고 여자 생각이 나서 서로 꼬투리를 꺼내 놓고 용두질까지 하려던 뒤끝이어서 세 사람은 혜기가 숨넘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영기를 불러댈 때마다 더욱 못 견뎌했다.

 『시끄럽게 굴디 말고 좀 조용해 봐.』

 닭이든 토끼든 남보다 한 발 앞서 서리해 먹고 달아나는 데 명수인 김만호 전사가 리상혁 전사를 짓눌렀다. 리상혁 전사는 조금 전과는 달리 도둑고양이처럼 핏발 선 눈을 반짝거리며 흥분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런데도 혜기는 인기척마저 못 느낀 채 영기를 밀치느라 경황이 없었다.

 『오, 오빠! 아….』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 요동치는 두 사람의 모습을 촉각을 곤두세워 지켜보고 있던 김만호 전사가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곁에 있는 리상혁 전사를 툭 쳤다.

 『야, 단도 어딧서?』

 『기건 왜?』

 리상혁 전사가 벌겋게 술이 취한 얼굴로 김만호 전사를 바라봤다.

 『도저히 못 참갔어.』

 『기래서?』

 『내래 당장 죽는다 해도 저 간나는 서리해 먹고 죽어야갓서. 따라 왓!』

 김만호 전사는 완전히 눈이 돌아버린 표정이었다. 리상혁 전사가 단도를 건네주자 그는 먼저 일어나 저벅저벅 아래로 걸어내려 갔다. 리상혁 전사가 재빨리 일어나 따라갔다. 그는 뭘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으며 김만호 전사를 붙잡았다. 혜기를 올라타고 미친 듯 요동치는 영기를 내려다보며 김만호 전사가 빠르게 말했다.

 『내가 농끼 새끼 옆구리에 단도를 갖다대고 조길 테니까 넌 저 간나 입이나 틀어막아 끌고 와. 소리치지 못하게서리….』

 『좋아! 농끼 새끼는 네가 맡아. 에미나 악지가리(주둥이)는 내가 막을 테니까…후회없지?』

 리상혁 전사가 다짐받듯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