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되고나서도 가끔 지나가는 길에 들려서 커피를 마시고 가곤 하던 B가 어느 날은 승진 시험이 있는데 이번에 될 수 있겠느냐고 넌지시 물었다.
엊그제 공무원 시험을 치른 것 같은데 벌써 승진 운운하니 남의 일이라 그런지 시간이 참 빠르다 싶게 느껴졌다.
점을 내어보니, 간위산(艮爲山)이 산뢰이로 변한 괘를 얻어서 그의 승진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다.
“3월쯤에 승진이 되서 좋은 대로 옮기겠는데요.”
寅木 관성이 지세(持世)하고 월건에 임해 왕상하나 申日의 충극을 당하고 있다.
그러나 내괘(內卦)에서 申子辰 水局이 합되어 寅木 官世를 생조 하여 주니 해롭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생각외의 승진도 기대해 볼 만하였다.
“잘하면 미스터 배 앞으로 얼굴 보기 힘들겠어요”하자,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물었다.
3월이라 했던 것은 丙申일에 辰巳가 공망으로 자손이 응(應)한 申金이 동(動)해서 辰土를 화출(化出)한 때문이고, 또한 世와 관성이 모두 상효에 있어 조금 먼 곳으로 인사이동임을 알 수 있어 그리 얘기했던 것이다.
얼굴에 만면의 미소를 띄며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술을 한잔 톡톡히 사겠다고 약속하고 간 그가 종무소식이었다. 그러더니 5개월 만에 전화가 왔다. 3월이 지나도 소식이 없기에 승진에서 누락되었구나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대구라면서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며 정말로 미안하다고 거듭거듭 사과하였다.
처음 인사조치에 다른 사람이 발령이 났었는데 그가 부인의 중병 때문에 다니던 병원을 옮길 입장이 못되자, 차석인 미스터 배한테 그 기회가 돌아갔던 것이다. 급작스런 전보발령으로 인해 미처 인사도 못하고 내려갔는데, 내려가서도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느라 경황이 없었다고 전후 사정을 이야기 하면서 거듭 이해를 구했다.“다음 인천에 올 때 그 대신 두 배로 한턱 쏴야 되요. 알았죠?”
여부가 있냐며 어쨌든 자기가 가야할 길을 제대로 인도해 준 필자한테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면서 진심으로 미안해하였다. 역학을 직업으로 삼으면서 가장 흐뭇하고 보람을 느낄 때가 바로 이런 때가 아닌가 싶다. ☎(032)867-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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