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우는 사연(18)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돼지 곁으로 다가가던 두 사람은 순간적으로 놀라며 몸을 떨었다.

 『에쿠, 저 죽일 놈의 도야지 새끼!』

 김만호 전사는 입술에까지 튀긴 돼지 물똥과 오물을 퉤퉤 뱉어내며 박남철 전사를 안심시켰다. 박남철 전사는 돼지 목을 매달 올가미와 마대자루를 들고 김만호 전사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며 벌벌 떨고 있었다. 김만호 전사는 군용 전화선으로 만든 올가미의 한쪽 끝을 돼지우리 천장에 걸어 순식간에 잡아당길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고 말한 뒤 다가온 돼지의 등을 긁어주며 돼지를 안심시켰다. 돼지는 제 표피의 물똥과 오물냄새를 코로 확인하며 김만호 전사 곁에 비스듬히 드러누웠다.

 너, 요놈! 넌 이제 내한테 걸렸어.

 김만호 전사는 돼지 물똥과 표피의 오물이 묻은 손으로 돼지 콧등까지 부드럽게 긁어주며 잠시 돼지를 안심시켰다. 몇 번 콧등을 긁어주자 돼지는 이내 제 몸 냄새를 확인하고 안심한 듯 꼬리까지 살랑살랑 흔들며 친밀감을 보였다. 김만호 전사는 곁에서 눈여겨보고 있는 박남철 전사가 보라는 듯 다른 손으로 가스라이터를 꺼내 불은 켜지 않은 채로 살그머니 발화 단추를 누르며 가스가 치솟게 한 뒤 돼지 코앞에다 갖다댔다. 흥흥 하면서 몇 번 가스냄새를 맡아대던 돼지가 야릇한 쾌감에 취한 듯 금세 코 고는 소리를 내며 졸았다. 김만호 전사는 빨리 올가미를 내리라며 박남철 전사를 곁으로 끌어당겼다. 박남철 전사는 올가미의 한쪽 끝을 당겨 김만호 전사가 돼지 목에 걸 수 있게끔 늦추어 주었다.

 김만호전사는 가스에 취해 돼지가 순간적으로 조는 순간에 올가미를 목에 걸었다. 그는 올가미를 살짝살짝 위로 끌어당기다 박남철전사와 눈을 마주쳤다. 하나 둘 셋 하고 외치는 순간 둘이서 일시에 올가미를 잡아당기자고 약속한 것이다.

 박남철 전사는 알았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올가미의 한쪽 끝을 손에 감았다. 그때 김만호 전사가 한 손으로는 돼지 목에 걸린 올가미를 잡은 채 하나 둘 셋 하고 재빠르게 외쳤다. 박남철 전사는 젖 먹던 힘까지 다 짜내 올가미를 밑으로 끌어당겼다. 그 순간 김만호 전사도 힘을 합쳐 올가미를 끌어당겼다.

 철사처럼 가늘고 매끄러운 군용 전화선으로 만든 올가미는 비곗살이 축 처지는 목 부위의 숨통을 파고들며 돼지의 몸뚱이 전체를 허공에 매달리게 했다. 제 몸무게에 숨통이 막혀 돼지는 꽥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한 채 발버둥치며 돼지우리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김만호 전사는 허공에 매달린 돼지가 완전히 축 늘어질 때까지 올가미의 끝을 끌어당기고 있으라고 했다.

 박남철 전사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만호 전사는 단 10분만에 돼지 한 마리를 낚아챘다며 만족한 웃음을 흘렸다. 이제 돼지가 완전히 숨이 끊어져 축 처지면 올가미를 내려 마대자루에 담으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