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에서 관리자로 거듭나다
 홍영준(52) (주)삼천리 인천지역본부장은 국내 열병합발전소 분야의 최고 권위자다.
 내로라 하는 열병합 발전소는 거의 그의 손을 거쳐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 15만7천여 세대가 입주한 일산신도시 아파트단지를 비롯해, 노원지구, 대구 달서지구, 수원 영통지구 발전소 등이 대표적인 예다. 목동지구 발전소 증설사업에도 참여했다.
 이곳에서 그는 열병합발전소를 직접 설계·시공하는 일을 해 왔다. 지난 90년부터 삼성중공업건설에서 근무했던 10년 동안 늘 그랬다.
 홍 본부장의 첫 직장은 한양대 전기공학과 졸업 직후에(1979년) 입사한 현대건설이다. 이 회사 해양사업부에서 장장 6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 바다 한가운데서 석유를 시추하는 시설물을 만드는 일을 해 왔다.
 그때 재계 라이벌이었던 삼성그룹에서도 해양사업에 본격 진출키로 결정하고, 경력자들을 끌어들여 거제도에 해양사업부를 만들었다. 홍 본부장도 스카웃 대상에 포함돼 ‘삼성맨’이 됐다. 여기서 처음에는 주로 건축 일을 해 왔다. 강원도 보광 피닉스파크와 대덕연구단지, 삼성연구소 건설에 참여했다. 이후 TV브라운관을 만드는 삼성코닝 건설팀장도 지냈다. 열병합 발전소 참여는 이후부터다. 이처럼 ‘노가다’ 일을 해오던 홍 본부장이 지난 2000부터 느닷없이 ‘멀쑥한’ 관리자로 변신했다.
 사연은 이렇다. 이 무렵 (주)삼천리는 용인 동백지구와 인천송도신도시 열병합발전소 건설사업에 참여키로 했다. 막바로 집단에너지 사업팀을 만들어, 그 분야에서 명성이 자자한 홍 본부장을 팀장으로 전격 스카웃 했다. 그런데 50% 지분을 공동투자키로 한 벨기에의 ‘트라타벨’사에서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투자를 포기하는 바람에 사업이 무산됐다.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될 뻔 한 홍 본부장은 회사의 배려(?)로 군포·안양·광명·의왕시를 총괄하는 중부지역 본부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평생 노가다에서 관리자로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다.
 처음 도시가스 관리 업무를 맏다 보니 어색하기도 했지만 죽어라고 일을 해 탁월한 영업실적을 올렸다.
 “별다른 비결은 없었습니다. 그냥 영업실적이 4개 지역본부 가운데 꼴찌는 면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리저리 뛰다보니 겨우 마이너스는 면한 것 같습니다.”
 홍 본부장은 지난해 3월 다시 서울 본사 에너지사업을 총괄 담당자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워낙 ‘야전’ 체질로 단련된 터라 몸이 근질근질 하던 차에 지난 5월 다시 인천지역 본부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물고기가 다시 물을 만난 셈이다.
 “인천은 앞으로 대단위 아파트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데다 대형사업도 많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입니다. 밖에서 볼 때보다 막상 (인천에)들어와서 보니 더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홍 본부장은 이곳에 취임해서도 노가다 기질이 그대로 드러난다. 사무실에 출근 할 때는 양복 대신 늘 작업복 차림이고, 여기저기 가스배관 현장을 둘러보며 공사 진척상황을 꼼꼼히 체크하기로 유명하다.
 “현장 직원들에게 욕을 먹어도 할 수 없습니다. 가스공사는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기 때문에 조금의 실수도 용납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홍 본부장은 인터뷰 사진촬영에 응할 때 도 굳이 작업복을 고집했다. 어쩔 수 없는 평생 노가다 체질인가 보다. /백종환기자 k2@
 
  사진 /유중호기자 kppa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