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회 칸 국제영화제 개막식은 ‘쿠엔틴 타란티노’와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잔치였다고 할 만큼 그들의 동선이 주목을 끌었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이번에 공식경쟁작 심사위원장을 맡았으며,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자신의 신작 ‘나쁜 교육’을 개막작으로 선보였다. 칸 국제영화제 조직위는 영화계의 두 악동, 즉 동성애 혐오주의자인 쿠엔틴 타란티노와 동성애자로 주로 동성애 영화만을 제작하는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를 개막식에 나란히 세워 아이러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렇지만 그들이 개막식의 두 주인공이 된 것은 미래의 진정한 거장을 인정하고 키우려는 칸 조직위의 단호한 결정이었다.
 개막식은 프랑스 현지시간 12일 오후 6시50분 시작됐다. 보슬비가 간간히 날리다 이제 막 개려는 시점에 심사위원 가운데 한 명인 틸다 스윈톤이 소피아 코폴라가 이번에 심사위원장을 맡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손을 잡고 레드카핏을 밟았다. 물론, 쿠엔틴 타란티노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 반 팔 차림이 아닌 정장차림이었다. 먼저 레드카핏을 밟은 소피아 코폴라는 알모도바르가 모습을 보이자 직접 사진을 찍고 그에게 키스를 건네기도 했다.
 세리머니는 오후 7시30분 시작됐다. 사회자의 소개와 함께 시작된 세레모니에선 ‘펄프픽션’ ‘저수지의 개들’ ‘킬빌1, 2’ 등 쿠엔틴 타란티노의 작품이 약 10분간 소개됐다.
 세리머니가 끝나고 단상에 올라온 쿠엔틴 타란티노는 “시네마 모나모”(영화 내사랑)이란 말로 입을 연 뒤 “비바 일 시네마”(영화 만세)란 말로 관객의 열광에 화답했다. 무대 배경은 ‘킬 빌1’에서 나왔던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얼굴이 그려져 있을 정도로 개막식은 온통 쿠엔틴 타란티노의 잔치임을 방불케했다.
 이어 임마누엘 베아르, 틸다 스윈톤, 캐서린 터너, 에드워드 단티갯, 제리 샤츠버그 등 심사위원단 소개가 있었으며 빅토리아 타브걸, 안젤리나 몰리나 등 스페인을 대표하는 여배우 다섯 명이 나와 전세계 각기 다른 언어로 대회시작을 선언한 뒤 개막작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신작 ‘나쁜 교육’ 상영이 시작됐다.
 ‘나쁜 교육’은 1960년대 스페인의 가톨릭 학교를 배경으로 두 소년과 신부 사이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전에 그의 작품이 모두 그랬듯이 이 작품은 동성애를 다룬 영화로 관객들은 지난해 개막작에 비해 훨씬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 <프랑스 칸=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