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한마디의 말도 없이 벽만 뚫어지게 보던 아이.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붙여준 꼬리표 「자폐아」. 자기 세계에만 갇혀 살던 소현이(7)가 모처럼 바깥 세상을 찾았다.

 무표정하고 생기없던 얼굴에 환한 웃음 꽃이 피어났다. 못마땅함을 참지 못해 교육원의 좁은 공간에 쏟아냈던 외마디의 괴성도 이날 만큼은 즐거움이 가득 밴 환호로 뒤바뀌었다.

 9일 오전 11시 인천대공원 잔디 썰매장. 길이 120m 폭 35m의 푸른빛 슬로프가 온통 맑은 웃음과 환호로 가득찼다.

 인천시 남동구 사회복지관 등 7개 복지시설에서 온 지체장애인 정신지체자 500여명이 세상 밖으로 나와 그들만의 축제를 벌인 것이다.

 이날의 축제는 평소 지체장애인들에게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썰매장 사장 최강진씨(43)가 이들 복지시설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 들여 이뤄졌다.

 입장 할 때만해도 난생 처음 타 보는 두려움에 몸을 한껏 움츠린 이들에게 잔디썰매는 금세 짜릿한 쾌감으로 다가왔다.

 서투른 운전으로 썰매가 뒤집혀 넘어지고 굴러도 이들에겐 마냥 즐겁기만 했다. 미끄러져 안전펜스에 「쿵」하고 부딪혀도 이들의 입가엔 주체할 수 없는 함박 웃음이 흘렀다.

 타도 타도 자꾸만 타고만 싶은 잔디썰매, 이젠 함께 타고 내려오던 자원봉사자를 밀치며 혼자 타겠다고 보채기도 했다.

 정상인 같으면 아이 한둘을 둔 엄마가 돼 있을 나이 서른 넷에 사회복지관에서 블록쌓기와 1, 2, 3, 4를 배우는 혜원씨도 신이 났다. 내려오자마자 자원봉사자를 떼어낸 그는 썰매를 어깨에 둘러메고 썰매장 꼭대기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에 올랐다.

 양팔이 없는 몸에 지능까지 떨어져 자신의 성(姓)조차 기억해낼 수 없는 철민씨(24)는 펄쩍펄쩍 뛰며 엉덩이 춤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다.

 부천 혜림원의 교사 박미정씨(28ㆍ여)는 『시설안에서는 도통 말이 없던 사람들이 몸짓표현을 다해 가며 이렇게 좋아할 수 없다』며 『이들은 단순히 썰매를 타는 것이 아니라 용기와 자신감을 타는 것』이라고 말했다.

 썰매장에 온 장애인들이 정상인들이 눈치를 슬금슬금 보며 피하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봤다는 최사장은 『장애인들의 즐거운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즐겁다』며 『앞으로 계절별로 한번씩은 꼭 이들을 위한 행사를 갖겠다』고 약속했다.〈박정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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