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는 자와 쫓기는 자(46)

 정 아바이의 대답을 들으며 안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박중위가 다시 물었다.

 『기럼, 여기 새금천장마당에는 어떤 물건들이 많이 나옵네까?』

 『이곳 금천은 예로부터 교통 요지이고, 인근에 군부대도 많이 주둔하고 있어 많은 물자가 하역되는 곳입네다. 기런 관계로 장마당에 나가보면 없는 물건이 없을 정도인데…. 인근 협동농장과 산골에서 나오는 식량과 식료품, 례성강에서 잡히는 물고기, 군부대와 9호농장에서 흘러나오는 옷가지와 술 담배, 군인 아주마이들이 들고 나오는 중고 테레비(TV)와 손목시계, 그 외 의약품과 담요, 시베리아 림업로동자 가족이 들고 나오는 로서아제 공업생산품, 북송교포 가족들이 들고 나오는 각종 일제 중고품까지 합치면 정말 모래알처럼 많지요. 장바닥이니까 말입네다.』

 『듣고 보니까니 기렇기도 하구먼…. 잠시 요기라도 하고 갈 먹거리도 많습네까?』

 『기럼요. 저어기 사람들이 우우 몰려 섰는 곳은 대다수가 다 사민가의 아낙들이 만들어 나오는 먹거리를 파는 곳이지요. 그 외에도 장바닥에서 바로 만들어내는 지짐이(부침개)와 강냉이떡, 빵과 국수, 단물과 술…. 요기뿐만 아니라 배불리 먹고 갈 음식물도 많습네다. 걱정 마시라요.』

 안전원은 새금천장마당을 보위원들에게 자랑이라도 하듯 있는 그대로 늘어놓았다. 박중위가 구미가 당기는 듯 싱긋 웃었다.

 『기래요? 기렇다면 에미나이들 잡아놓고 우리도 뭘 좀 먹고 가야겠는데….』

 『아, 기러시라요.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겠지만 장마당은 이제 공화국 인민들에게 있어 서 없어서는 안될 장소입네다.』

 『기건 또 무스기 소리요?』

 박중위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안전원을 바라보았다. 안전원이 다시 말을 이었다.

 『기거이 무스기 소린가 하면 말입네다 요사이는 장마당이 젊은 사람들에게는 교재 장소로 리용되는가 하면, 먹고 싶은 음식물을 사먹으며 휴식일을 보내는 장소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는 말입네다. 어디 그 뿐입네까? 일반 혁명가정의 아주마이들은 부족한 일상 생활용품의 물물교환 장소로, 또는 긴급 구입처로, 또 어드런 때는 돈벌이 장소로 없어서는 안될 생활의 현장입네다. 아, 길쎄, 우리 옆집 아주마이는 세대주가 군 병원에 복무하는 간부인데도 자식이 갑자기 수술을 받게 되자 페니실린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리며 사색이 되었습네다. 기런데 아주마이가 장마당에 나가 15원씩 주고 페니실린을 세 병씩이나 구해 오는 걸 봤습네다. 기래서 그 아이 수술 받고 살았시요. 기러니 장마당이 우리 인민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겝니까?』

 『기럼, 장마당이 요사이는 죽어 가는 아이들까지 살려내는 어버이 수령님 손과 마찬가지라는 말 아니요?』

 『기렇습네다. 아이뿐만 아니라 로친네들 묵은 병도 장마당에만 나오면 고칠 수 있는 약이 많습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