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4시 서울극장 4층에선 ‘황산벌’ 제작팀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회견엔 이준익 감독, 배우 박중훈·정진영·이문식씨가 나와 기자들과 1문1답을 나눴다. 기자회견 내용을 정리한다.
 -(이준익에게) 황산벌을 만들 때 어떤 점을 염두에 뒀나.
 ▲‘역사하고 놀아보자’는 생각이었다. 역사는 희비극이 함께 있는 것이며 그래서 그런 요소를 모두 영화에 녹이고 싶었다. 황산벌은 1300년전 치열하게 살았던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이다. 악인과 선인을 구분하기 전에 백제, 신라인들은 저마다 자기 자신에게 충실해야 했다. 또 하나, 당시의 역사를 현재시점에 대입하고 싶었다. 소정방과 삼국간의 역학관계가 지금과 비슷한 점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박중훈에게) 영화를 촬영하며 힘든 점은 없었나.
 ▲사실, 감독님은 대사에서 사투리만 가고(사용하고) 리얼리티를 살리자고 했다. 반면 나는 코믹해야 한다고 주장에 트러블이 있었는데 결국 두 가지 다 잘 녹은 것 같다. 당시의 트러블은 이 자리를 계기로 사과드린다. 내가 맡은 역할이 계백장군인데 칼은 단 세번만 잡았고 가끔 내려와 ‘거시기 해부러라’ 몇 마디 하는 것이어서 연기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웃음)
 -(정진영에게) 영화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황산벌에선 역사속의 위대한 장군을 달리 표현한다. 무엇보다 ‘솔직해지자’는 의도가 있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김유신과 계백의 인간적인 면이 많이 드러난다. 캐릭터는 상상에 의존했지만 정말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또 황산벌은 김유신, 계백장군의 이야기라기 보다 병사들의 얘기다. 그런 점에서 이문식씨의 역할이 중요했다. 그는 명제를 제시하기 보다 정서로 영화의 전부를 말했다.
 -(이문식에게) 영화에서 보면 고생을 많이 했을 것 같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대사의 경우 고향사투리를 쓰는 것이라 어렵지 않았다. 또 영화에서 내가 주로 맡는 역할이 몸으로 때우는 게 많아 익숙했다.(웃음) 장군들은 정치철학과 이데올로기로 싸우지만 누가 이기건 병사들은 그저 싸울 뿐이며 신라건 백제건 양민들은 살아간다.
 -(이준익에게)끝으로 한 마디만 해달라.
 ▲우린 정복자가 써 놓은 몇 줄의 기록에 길들여져 있다. 우리나라는 단 한번도 강대국이었던 적도 없다. 그래서 나는 역사와 노는 것을 통한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 <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