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단편 영화 ‘자반고등어’로 로체스터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김용화 감독의 데뷔작 ‘오! 브라더스’는 훼손된 가족애를 복원시킨다는 낯익은 주제를 담고 있다. 올해 4월에 크랭크인하여 추석 연휴 바로 전에 개봉한 이 영화는 말 그대로 추석 특수용(特需用) 기획 상품이라 할 만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TV 방송국의 추석 특집 단막극을 닮았다. 우연의 일치인지 이번 추석 특집극으로 방영한 홍경인의 <보름달 산타>는 지체 장애인 동생과 정상적인 형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과 형제애의 복원을 중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눈치가 있는 관객이라면 ‘오! 브라더스’가 미국 영화 ‘레인맨’의 줄거리를 중심으로 삼고 있음을 간파해낼 것이다. 그러나 ‘오! 브라더스’가 환기시키는 이미지와 감정들은 ‘레인맨’과 날카롭게 갈라선다. 조로증(早老症) 환자이자 배다른 동생 봉구(이범수)와, 불륜 관계 사진을 찍어 돈을 요구하거나 채무자들로부터 빚은 받아내는 일을 하는 형 상우(이정재)가 꾸며나가는 형제애의 구축, 여기에 증오하던 아버지에 대한 용서는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건드리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동생의 캐릭터가 지니고 있는 복잡함이다. 그는 12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30대 후반의 신체 연령을 갖고 있다. 그는 성에 대한 호기심과 집착이 남다르고,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타인들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봉구는 상우의 배다른 동생이면서, 기실은 상우에게 있어 죽은 생부(生父)의 환생이다. 미성숙한 정신과 초고속으로 성장하는 육체 사이의 부조화는 그 자체로 우리 자신의 그로테스크한 자본주의를 환기시킨다. 봉구는 너무 빨리 성장했거나 너무 느리게 발육했다. 이 우스꽝스러운 부조리의 틈새에서 아버지의 주검이 쓸쓸하게 웃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상력은 이 영화가 허용하고 있는 잡다한 모방과 짜깁기 때문에 끊임없이 방해받는다. 이 영화는 추석용 종합선물세트처럼 충무로 상업영화가 욕망하는 거의 모든 장치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폭력, 멜로, 남성적 우애, 휴머니즘, 코믹 캐릭터, 가족애 등 우리나라의 관객들이 선호하는 인기 상품 목록이 총동원된 듯하다. 그러나 정작 아쉬운 것은 인간에 대한 감독의 시선이다. 선천적으로 험악한 용모를 지닌 봉구의 신체, 게다가 정상인과 너무 다른 그의 행동거지는 불량 채무자들로부터 빚을 챙기는 데 악용된다. 또한 감독은 이 시대의 아픔과 질곡은 남성들 사이의 관계 정립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이문식, 이원종, 박영규 등 조연들의 코믹 캐릭터는 내러티브의 전체틀과는 상관없이 제멋대로 놀고 있으며, 상우의 형제애 복원은 개연성 없이 성급하게 이루어진다. ‘달마야 놀자’에서의 해피엔딩처럼 이 영화도 따뜻한 해결 방식으로 끝을 맺고 있는데, 이러한 결말 구조야말로 이 어지러운 시대에 가장 강력한 임시 처방전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세상에 대한 감독의 대응 방식은 신인답지 않게 조로(早老)의 징후마저 보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상우가 봉구의 고통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때까지 우리는 좀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