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화요일) 난 아주 특별한 시사회를 다녀왔다. 추석 연휴를 맞아 5일을 기점으로 화려하게 개봉되는 일련의 화제작들 틈바구니에서, 우선은 서울 동숭동 소재 하이퍼택 나다 한 개관에서 선보일 ‘영매’(靈妹) - 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감독 박기복) 시사회였다. 시사회장인 ‘나다’에 도착해보니 낮 익은 얼굴들이 적잖았다. 그 중엔 감독의 연세대 철학과 2년 선배이자, 제작자 조성우-‘8월을 크리스마스’, ‘정사’,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봄날은 간다’ 등 숱한 화제작들의 음악을 연출한 유명 영화음악 감독이다-의 동기인 허진호 감독과, 유지태 강혜정 등 신작 ‘올드 보이’ 출연진과 함께 나타난 박찬욱 감독이 있었다.
 그들을 포함해 시사회장의 모든 이들은 예외 없이 영화의 선전을 진심으로 바라는 듯했다. 그 이전에 천박하기 짝이 없는 영화(문화) 풍토 속에서도 이처럼 뜻 깊은 작품이, 그것도 좀처럼 일반대중에게 선보일 기회를 갖지 못하는 다큐멘터리가, 극히 소박하게나마 개봉될 수 있다는 현실에 감격하는 듯했다. 이심전심이라고 내가 그랬기에 하는 말이다.
 이처럼 그럴 듯하게 떠벌이고는 있지만, 사실 난 영화를 보기 전만 해도 이 역사적 다큐멘터리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제작자의 전화가 없었다면 아마 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대신 부산 영화제 기자회견 이후 벌어진 술자리를 지켰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내 선택에 한없이 감사하고 있다. 영화 제작 및 배급, 상영에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도.
 시사회 이후 가졌던 유쾌한 술자리가 신나서는 아니었다. 그 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문화비평가 진중권이나, 유지태의 연락을 받고 뒤 늦게 합류한 송강호와 간만의 사적인 대화를 생전 처음으로 길게 주고받을 수 있어서도 아니었다. 그보다는 감독이 유독 강변한 영화의 ‘진심’이 날 적잖이 부끄럽게 했고, 나아가 내가 소위 무당이란 존재에 대해 막연히 품어왔었던 어떤 고정관념 내지 편견을 시정시키는데 일조했기 때문이다.
 기독교도의 눈으로 보자면, 무당은 성서의 십계명이 금하는 우상을 섬기는 자들이요 그들이 벌이는 굿은 미신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철저히 배척ㆍ외면의 대상이기 십상이다. 하지만 “온갖 영화적ㆍ미학적 판단을 유보시키는 ‘진심’의 기록”인 영화는 내개 종교적 장벽을 극복하게 해주었다. 그들은 단지 ‘불우한 영혼’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한 많은) 보통사람들이었다.
 이런 깨달음을 안겨주었으니 어찌 내가 영화에 매료당하지 않을 수 있고,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비록 인천에서는 개봉될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여러분들이 오가는 길에 상영관을 찾아 영화를 보길 소망하는 건 그래서다. (참고로 ‘영매’는 13일부터는 씨어터2.0에서도 선보인다. 10월에 들어서는 부산 광주 대구 제주 등 전국 로드 상영도 예정되어 있고...) 전 찬 일(영화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