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가본 부산 국제영화제
 오는 10월2일∼10일 열리는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에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도플갱어’가, 폐막작은 박기형 감독의 세번 째 작품인 ‘아카시아’가 각각 선정됐다. 이를 비롯 한국 47편, 아시아 98편, 월드 99편 등 이번 영화제에선 60개국 244편의 작품이 선보여진다.
 ‘도플갱어’(분신)는 자신의 분신과 만나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존재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 하야사키는 도플갱어와의 기묘한 공존을 통해 미처 몰랐던 자아의 이면을 발견해 가기 시작한다. 1983년 ‘간다가와 음란전쟁’으로 감독 데뷔하고 1985년 ‘도레미파 소녀의 피가 끓는다’로 알려지기 시작한 쿠로사와 키요시는 일상에서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 혹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거나 잊어버리고 지내는 것의 공존을 자주 이야기 한다.
 ‘아카시아’는 무서운 귀신이 습격하는 일반적 호러가 아니라, 옷 속에서 스멀거리는 작은 벌레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불길함이 슬금슬금 기어오르는 작품이다. 사악함을 감춘듯한 귀기의 소년, 불온하고 건방진 이웃집 소녀, 무엇보다 기괴한 형상의 아카시아 나무들을 교차시키며, 밤과 어둠 혹은 쇼킹한 사운드나 가파른 편집에 의존하지 않고도 밑모를 불안을 빚어내는 연출력이 탁월하다. 박기형 감독은 데뷔작 ‘여고괴담’으로 한국영화계 호러전통을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 영화제 공식섹션은 모두 9개. ‘한국영화 회고전’과 월드시네마에 속해있던 ‘비평가주간’이 ‘크리스틱 초이스’란 타이틀로 바뀌면서 두 섹션이 추가됐다.
 한국영화 회고전에선 한국액션영화의 선구자인 정창화 감독의 작품 8편을 만난다. 정감독은 쿠엔틴 타란티노가 영화사 걸작 베스트 10에 꼽은 ‘죽음의 다섯 손가락’을 연출한 전설적 명장이다.
 올해 특별기획 프로그램은 캐나다영화, 중국독립영화, 아프카니스탄 특별전을 비롯, 이란 뉴 시네마를 이끈 작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었던 시인이자 영화감독 포루흐 파로허저드 작품세계를 돌아보는 시간까지 다채롭게 준비됐다.
 영화제 유일한 극영화 경쟁 부문이자, 아시아 신인 감독들의 새롭고 도전적인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뉴커런츠’ 부문엔 13개 작품이 올랐다. 심사위원단은 루마니아의 감독 루시앙 핀틸리에, 베오그라드 국제영화제 프로그램 디텍터인 미롤륩 뷰코비치, 이란 감독 자파르 파나히, 대만 여배우 첸샹치, 명필름 대표 심재명씨로 구성됐다.
 눈여겨 볼 만한 것은 신설된 아시아 영화인상이다. 지난 한 햇동안 아시아 영화산업과 문화발전에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아시아 영화인을 선정하는 이 상의 1회 수상자는 이란 영화계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에게 돌아간다.
 아울러 인더스트리 스크리닝을 통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시네마서비스 작품 10편이 시네마서비스 특별전으로 소개된다. <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