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주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를 비롯해 ‘거울 속으로’(감독 김성호), ‘여고 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 계단’(윤재연) 그리고 ‘4인용 식탁’(이수연)에 이르기까지, 올 여름 개봉한 4편의 한국 공포영화를 대상으로 지난 18일부터 열흘 간 필름2.0과 포털 사이트 다음이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총 응답자 5천440명 중 53%에 달하는 2천887명이 ‘장화, 홍련’을 최고 수작으로 꼽았다는 것이다.
 국산 공포 영화로선 사상 최초로 서울 100만명 전국 300만명 고지를 넘는 대 쾌거를 이룬 ‘장화, 홍련’의 대중적 성공을 상기한다면, 그 답변은 별로 놀랄 건 없다. 영화에 대한 비판 내지 실망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그 정도의 관객이 영화를 찾았다는 사실이 그런 결과를 예상시키고도 남음이 있으니까.
 몇 해 전 영화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영화전문주간지 씨네버스가 실시한 역대 최고 한국 영화를 묻는 창간기념 설문조사에서는 그 역사적 흥행 대 위업에 힘입어서 인지, ‘쉬리’(1999)가 그 순위의 정상에 등극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까지 벌어지지 않았는가.
 정작 흥미로운 건 그 다음 순위들이다. 네 작품 가운데 노출 기간이 가장 짧은 ‘거울 속으로’가 전국 200명에 육박하는 선전을 펼친 ‘…여우계단’을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19.08%에 달하는 1천38명으로부터 지지를 얻어 2위에 올랐으며, 영화주간지 씨네21로부터 ‘발견’ 등의 극찬까지 끌어낸 ‘4인용 식탁’이 겨우 8.93%의 지지율을 얻는데 그치며 최하위의 불명예를 안았다는 것이다.
 대중관객들의 비전문성이나 무책임성을 고려한다면, 사실 상기 결과는 그다지 주목할 거리조차 되지 않는다. 다만 재미 삼아 일별하고 넘어가면 족할 법하다. 문득 이런 가정을 해본다. 혹 이 땅의 평론가들과 저널리스트 등 영화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똑 같은 질문을 던지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하는 가정을.
 장담은 못하겠다. 다만 분명한 건 ‘장화, 홍련’이 1위 자리를 차지하진 못하리라는 것이다. 감독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커서일까, 영화는 심하다 싶을 정도의 악평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선전에도 불구하고 공포물로서도 심리물로서도 확실한 감흥을 전달하는데 실패한 ‘…여우계단’도 마찬가지 일 듯. 그렇다면 ‘거울 속으로’ 아니면 ‘4인용 식탁’일 텐데, 그 둘을 놓고는 아마도 불꽃 튀는 대결이 벌어질 성 싶다. 두 작품의 개봉에 직면해 서로 다른 입장을 표명했던 필름2.0과 씨네21처럼 말이다. 그럼 나는?
 단언컨대 ‘4인용 식탁’ 쪽이다. 난 그 영화를 ‘발견’이라고 평한 씨네21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심지어 난 그 영화를 ‘살인의 추억’, ‘질투는 나의 힘’, ‘바람난 가족’ 등과 더불어 2003년을 빛낼 주요 문제작이라고까지 여기고 있다. 어쩌면 난 그 영화를 2003년 최고 한국 영화로 뽑을 지도 모른다. 그 이유를 이 자리서 상술할 순 없지만 말이다.
  전 찬일(영화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