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스위밍풀
 근친상간, 동성애 등을 필름에 담아 ‘악동’으로 불리는 프랑수아 오종의 신작 ‘스위밍 풀’은 지난 5월 칸영화제 공식경쟁부문에 진입했던 작품이다.
 ‘8명의 연인들’이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긴 했지만 일반 상영이 미뤄 지면서 ‘스위밍 풀’은 한국에서의 사실상 그의 첫 개봉작이 됐다.
 프랑수아는 영화에서 유명한 여성 추리작가와 자유분방한 젊은 여성 사이를 위태롭게 곡예하며 관객들을 구불구불한 미로로 밀어 넣는다. 그는 ‘예술의 본질은 무엇인가’ ‘예술 속에서 현실은 무엇이고 환상은 어떤 의미인가’에 대한 골치 아픈 의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추리소설 베스트셀러 작가 ‘사라 모튼’(샬롯 램플링)은 소설‘꺼리’가 바닥나자 시골의 한적한 외딴 별장으로 떠난다. 편집장은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사라에게 자신의 별장을 내 준다. 그 곳엔 낙엽이 둥둥 떠다니는 파아란 수영장이 있다.
 며칠 뒤 편집장의 딸 ‘줄리’(루드빈 사니에르)가 그 곳으로 찾아온다. 육체적 욕망을 실현하는 데 거침이 없는 줄리는 낮에는 낙엽이 떠다니는 풀에서 여유롭게 수영을 즐기고, 밤이면 젊고 싱싱한 육체로 많은 남자들을 ‘유혹의 풀’로 끌어 들인다. 사라는 그런 줄리가 불편한 것은 물론, 위협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사라의 노트북에 ‘줄리’란 폴더가 생성된다. 새로운 영감을 찾아 전전긍긍하던 사라가 줄리를 소설 모티프로 삼기로 작정한 것. 이 때부터 카메라는 사라의 눈과 마음이 되어, 줄곳 줄리의 행동거지를 집요하게 쫓아간다.
 유명한 작가가 결국 자신이 혐오하는 사람의 인생을 소설소재로 삼는다는 점에서 ‘창작이란 고작 남의 인생이나 훔치는 것인가’란 의문을 프랑수아는 던진다.
 인간심리를 능숙하게 꿰뚫는다는 평을 받는 프랑수아는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서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창작의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라며 “(남의 인생에서 소재를 찾는 것은)소설가 뿐 아니라 화가, 감독,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고 말했다. 그는 “나 자신부터 시작해 작가들은 어디서 영감을 받나란 문제를 투영해 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영화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영화 말미, 줄리의 모습이 전혀 다르게 나오는 씬이다. 이 장면에 대해 사라의 환상을 투영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인가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 대해 프랑수아는 “허구와 실재가 동등하게 보이길 원했다”며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가, 무엇이 현실과 팬터지를 구분하는가 거짓인냐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말로 예술창작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파란 풀장의 물이 물결치는 듯한 음악이 신비로운 환청과 잔상을 남긴다. 22일 개봉, 18세, 102분.<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