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는 자와 쫓기는 자(22)

 암암리에 자신이 군단 상급참모의 망책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동료들로부터도 심하게 따돌림당해 왔다는 것을 최근에 와서야 감지할 수 있었다. 박중위는 지프를 몰고 다니면서 목격한 사회실상이나 사민들의 생활풍속을 전달해 주는 정보통이었는데 그가 재미있는 사회상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 리상위는 자신을 꼭 소외시켰던 것이다. 저 순진한 문중위가 들으면 큰일난다면서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다가도 입을 꾹 다물어버리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정말 순진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웃고 넘겼는데 알고 보니까 그게 아니었다. 박중위가 늘어놓는 이야기가 문중위를 통해 군단 상급참모한테까지 전해지면 그들의 신상에 이로울 것이 없다는 것이 리상위의 속뜻이었다. 문중위는 자신이 가장 친한 리상위와 박중위로부터도 따돌림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실감할 수 있었다. 그것이 서운해 늘 가슴앓이를 해 오다 문중위는 오늘에서야 자기 속내를 드러내 보인 것이다. 끝까지 문중위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박중위가 또 덧붙였다.

 『있지! 여기뿐만 아니라 개성시에도 장마당이나 외화상점 부근에는 함지박 팔러 다니는 에미나이들이 부지기수야. 개성시 보위부에 근무하는 보위대학 동기생 녀석들은 수시로 따라가 재미를 본다던데 문중위는 그런 소식도 못 들었어?』

 문중위는 자신이 세상 돌아가는 형편도 모른 채 장님처럼 살아왔다면서 되물었다. 『기러다 재수 없으면 정치적 생명까지 왔다갔다하는데 기래도 괜찮은 기야?』

 박중위가 어이없다는 듯 문중위를 쳐다보고 껄껄껄 웃었다.

 『이 답답한 친구야! 기런 거 걱정하는 놈들이 기따우 짓 하간? 다들 기러구 사니까 기러갔지….』

 『박중위, 기렇다면 나도 한번 데려가 줘. 거기가 어디야. 여기서 멀어?』

 문중위는 매달리듯 박중위를 흔들었다. 박중위는 못 이기는 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우. 빨리 오늘 계획한 일이나 끝마치자구.』

 두 사람은 청량음료판매대 앞 장의자에 앉아 그런 이야기를 나누다 지배인 방으로 들어갔다. 50세가 넘어 보이는 여자지배인이 부기원들과 함께 일일사업총화를 하다 고개를 돌렸다.

 『어디서 왔습네까?』

 『인근 사단보위부에서 나왔습네다.』

 퉁퉁하게 살이 찐 체구에다 금테 안경을 낀 지배인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니는 부기원들에게 마실 것을 들고 오라면서 두 사람을 담화용 탁자로 안내했다.

 『대접할 것도 마땅찮아서 어쩌나…. 우선 이거라도 한 잔 마시라요.』

 지배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기원이 들고 온 사이다 병과 컵을 받아 손수 부어 주었다. 문중위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사이다 거품을 내려다보다 찾아온 용건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