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퍼(Cypher/감독·빈센조 나탈리)
 1970년 40만달러의 스릴러 ‘큐브’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빈센조 나탈리 감독의 작품이다. 싸이퍼는 산업 스파이전에 연루한 한 중년 사내의 모험을 그린 SF스릴러. 권태로운 일상을 보내던 모건 설리반은 우연히 스파이로 픽업된다. 그는 온갖 첨단장비와 비밀스런 업무에 매료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디지코프와 선웨이라는 두 회사 간 경쟁에 볼모가 된 것을 깨닫는다.
 단편 ‘엘리베이터’와 데뷔작 ‘큐브’에서 한정된 세트에서 알 수 없는 위기에 빠진 인물들의 반응을 흥미롭게 잡아냈다면 ‘싸이퍼’에서 빈센조 감독은 여러 개의 세트를 이용해 이런 위기를 증폭시킨다. 스토리보더로 경력을 쌓은 감독의 탁월한 조형감각이 돋보이는 ‘싸이퍼’의 세트는 이야기가 언제, 어디서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도록 하며 이런 것들이 드라마의 미스테리를 더욱 증폭시킨다.
 하지만 ‘큐브’가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그릴 뿐 끝내 원인을 규명하지 않는데 비해 ‘싸이퍼’는 종국에 뭔가를 설명하려 시도한다.<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