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칸 영화제 수상 결과가 나온 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다. 하지만 그 결과가 하도 파격적이어서, 지금도 어안이 벙벙하다. 솔직히는 ‘여왕 마고’, ‘인티머시’ 등의 명장 파트리스 셰로를 수장으로 한 9인 심사위원단의 판단력이 적잖이 의심스럽다. 이번 경쟁작 라인업이 아무리 형편없었다 한들, 겨우 세 편에 각각 두 부문씩 무려 6개의 상을 몰아준 것이 과연 타당한 결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오스카 수상과는 달리, 칸 수상과 대중적 흥행 사이엔 별 상관성이 없는 것이 현실이긴 하다. 언론매체나 평단의 호들갑과는 대조적으로 대개는 일반 관객들은 칸 수상 사실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할까. ‘피아노’나 ‘패왕별희’ 등처럼 예외도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감독 개인에겐 말할 것 없고, (몇 몇 영화 강대국을 제외한) 해당 국가에 끼치는 칸 수상의 영향력 및 파급력을 고려-당장 ‘취화선’의 예를 떠올려보라-하면, 이번 결정은 결코 신중치 못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게 틀림없다.
상의 안배를 더 효과적으로 했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보다는 상의 공정성 문제를 짚어보자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상의 권위는 신뢰성·객관성·전문성 등이 뒷받침될 때 주어지는 것이다. 국내 최고 역사를 자랑하는 대종상의 권위가 오늘날처럼 땅바닥에 떨어진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이번 수상작들이 결코 수상감이 아니었다는 주장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과연 그 작품들이 하나 받기도 어렵다는 상을 두 개씩 거머쥘만큼 대단한 작품이냐 여부를 따지고 싶은 것이다.
구스 반 산트의 ‘코끼리’부터가 황금종려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차지할 정도의 걸작이라고 보긴 힘들다. 차라리 어느 상 하나를 가져갔더라면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비치지 않았을까 싶다. 산트 감독조차도 할리우드 리포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감독 경력 중 최초로 칸 경쟁 부문에 입성할 수 있음을 감사하며, 아주 저자세의 인터뷰를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세계 10개국의 저널리스트 및 영화평론가들이 참여해 부여한 스크린 인터내셔널의 종합평점에서도 ‘코끼리’는 4점 만점에 평균을 갓 웃도는 2.1점밖에 얻지를 못했다. 그에 비해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라스 폰 트리에 감독, 니콜 키드먼 주연의 ‘도그빌’은 무려 3.1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얻었다. 그밖에도 ‘코끼리’보다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물론 취향과 지향 등이 다를 터이기에 심사위원단이 저널 평가단들의 의견을 경청, 참고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이런 의문은 남는다. ‘도그빌’ 등 소위 영화 전문가들로부터 훨씬 더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들을 무관으로 돌려보내면서, ‘코끼리’엔 두 개의 상을 안겨준 이유는 무엇일까?
혹 심사위원들이 지나치게 자의적·주관적이었던 건 아닐까. 혹 권한을 남용한 건 아닐까…. 이래저래 올 56회 칸은 날로 약화중인 예의 권위를 더 잃어버린, 실패한 영화제로 기록될 성 싶다. 전찬일(영화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