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는 자와 쫓기는 자 (6) 손톱을 물어뜯던 문중위가 말했다.

 『지금까지의 수사결과를 종합해 볼 때 죽은 사관장과 곽인구가 금천군 량정사업소에서 입쌀을 수령해 온 것만큼은 립증되었습네다. 기러니까니 군천군 사회안전부 공민등록과(주민등록과)에 들어가 복순이라는 이름을 가진 에미나이들의 명단을 작성해 한 사람씩 사는곳 추적을 해보면 어드렇겠습네까? 이 쪽지가 주먹밥을 싼 보따리 속에서 나왔다면 분명히 금천군 량정사업소 주변에 살고 있다는 결론은 얻을 수 있지 않습네까?』

 『기거, 좋은 생각이구만.』

 수사과장은 실마리를 풀 수 있는 방향을 잡은 듯 희색을 보였다. 그러나 박중위는 여전히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만약 복순이라는 이름을 가진 에미나이들이 한두 명 정도 나오면 간단하게 추적할 수 있는데 열 명이나 스무 명 정도 무더기로 나오면 어카갔습네까? 이 바쁜 시기에 그 많은 사람들의 사는곳을 다 추적하갔습네까?』

 『기럼 어카나? 곽인구한테 「체하지 않게 꼭꼭 씹어드시라요?」하고 련정을 보낼 수 있는 젊은 에미나이들부터 추적해 들어가야디 지금으로선 다른 방법이 없잖은가?』

 수사과장은 더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면서 개별적으로 분공(分功)을 내렸다. 리상위에게는 곽인구를 불러와 쪽지와 주먹밥 보자기를 보여주며 출처를 추적하라고 일렀다. 그리고 문중위와 박중위에게는 금천군 사회안전부로 달려가 「복순」이라는 이름을 가진 에미나이들의 난 날(생년월일)과 사는 곳(거주지)을 조사해, 심증이 가는 에미나이부터 사는곳을 찾아가 역추적하라는 것이었다. 그때 꼭 죽은 사관장과 곽인구의 사진을 가지고 다니라고 했다. 만나는 에미나이마다 내보이면서 표정과 반응까지도 조사하라는 것이었다.

 제일 먼저 분공을 받은 리상위는 담화실을 나와 군의소로 내려갔다. 그때 인구는 병상에 누워 자고 있었다. 리상위는 군의관에게 쪽지를 내보이며, 이 쪽지를 쓴 복순이란 에미나이의 사는 곳을 알아보기 위해 인구를 대대 보위부 사무실로 데리고 가야겠다고 했다. 군의관은 위생병에게 인구를 깨워 데리고 나오라고 했다.

 『사단 종합병원에서는 언제쯤 검사결과가 나올 것 같습네까?』

 위생병이 인구를 데리러 안으로 들어가자 리상위가 군의관에게 담배를 권하며 물었다.

 『오전에 전화를 해봤는데 판독과 과장 동지가 모내기전투 나갔기 때문에 이달말일께나 되어야 연락을 줄 수 있다고 합네다.』

 군의관으로부터 사단종합병원의 정황 설명을 들으며 리상위는 혼자 우물거렸다.

 『빌어먹을! 모내기전투 기간에는 일이 안돼, 일이.』

 리상위는 5월 말일까지 기다려야 된다는 사실이 갑갑한지 혼자 짜증스러워하다 인구와 같이 보위부 사무실로 올라갔다. 아무 일도 시키지 않은 채, 신경안정제나 찔러주면서 강제로 비육(肥育)시켜서 그런지 인구는 3일 전보다는 얼굴이 많이 좋아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