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튀는’ 장편 데뷔작이 우리 영화계를 말 그대로 술렁이고 있다.
 슈퍼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앞머리를 내리고 있는 건 외계인과 교신을 하려는 거며 지구의 모든 여자들을 홀려서 지구를 정복하려 한다는 황당한 주장이 실린, ‘안티 디카프리오’ 사이트 관련 기사에서 출발해 탄생했다는 ‘엉뚱한, 너무나도 엉뚱한’ 문제작.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가 그 주인공이다.
 영화는 보는 이의 상상력의 한계를 깡그리 무시한다. 현실적 개연성·설득력 따위는 아예 문제조차 되지 않는다. 따라서 극히 제한된 상상력의, 아니 상상력이라곤 거의 부재하는 기존의 그렇고 그런 영화들을 즐기는 평범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영화는 한바탕 장난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영화를 둘러싼 수많은 찬사들이 조금은 호들갑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는 혹자의 빈정거림도 그다지 무리는 아니다. “아직은 몇 마일은 더 가야 한다”는 평가도 그렇고.
 내게도 감독을 “또라이 아니면 천재”로 치켜세우는 이분법적 도식만은 마뜩찮다. 그런 도식이 영화의 진가를 오히려 퇴색시키고 무력화시킬 수도 있을 테니까. 그 점에서 상상력이라면 이 땅의 어느 감독에 뒤지지 않을 박찬욱 감독(‘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이 장준환을 가리켜 “모든 면에서 천재적인 감독이다”라고 단정한 건 다분히 과장이라고 여긴다.
 그럼에도 “장르를 가지고 놀면서 그 안에서 비판적인 정신을 보여주고 유희적인 태도도 함께 결합한 보기 드문 재능이다”라는 그의 진단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난 얼마 전 영화에 대해 모 영화전문주간지에 이렇게 평했다: “…인용을 비롯해 오마주, 패러디 등 온갖 영화적 수사로, 그것도 과잉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각종 크로스오버적 수사들로 넘실대는 ‘치기 어린’ 데뷔작이다. 놀라운 사실은 그 와중에도 그 어느 진지한 문제작들 못지않은 짙은 진정성과 독창성이 번득인다는 것이다.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는 엉뚱한 상상력과 키치적 감수성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마냥 웃어만 넘길 수 없는 어떤 페이소스가, 슬픔이 감지되는 건 그래서이다. 감독이 특별히 언급한 ‘양들의 침묵’과 ‘미저리’ 외에도 (중략)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에 이르기까지 수십 편에 달하는 영화의 흔적 내지 영향력이 발견되건만, 모방이라기 보단 창조적 변형이요 승화란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도 그래서이고. (중략) 영화광이 아니라면 도저히 빚어내기 불가능했을 영화에서 영화광의 영화를 넘어서는 삶을 향한 문제의식을 찾아볼 수 있다니, 어찌 진정 소중한 영화적 체험이 아니라 하겠는가”라고. 이만하면 영화를 ’강추‘할만하지 않을까….
 
  전 찬일(영화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