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긋불굿 개나리 진달래가 온 산에 불타오르고, 계곡의 투명한 얼음 밑으로 눈녹은 시냇물이 졸졸졸 흐른다. 어쩌다 강남에서 불어온 봄바람이 귓불을 살짝 스치기라도 할라치면….
 저 만치서 ‘봄’이 오고 있다. 만물이 기지개를 펴는 ‘봄’은 결혼시즌이기도 하다. 아직 미혼인 ‘선녀’들은 ‘백마 탄 왕자’를 꿈꾸고, ‘선남’들은 해저 깊숙히 숨어있는 조개속에 숨어있는 ‘진주같은 여성’을 그린다.
 그러나 그런 이상적인 상대가 있을까. 또 결혼이 그렇듯 아름답고 행복하기만 할까.
 마침 봄철을 맞아 결혼을 주제로 한 영화 두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결혼이 무엇인지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나의 그리스식 웨딩(My Big Fat Greek Wedding/감독·조엘 즈윅)
 커다란 잠자리 안경에 완벽한 촌티패션, 거기에다 ‘한등치’ 하는 ‘툴라’(니아 바르달로스)는 서른살이 되도록 연예경험 한번 없는 집안의 골칫거리다. 그리스인임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는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에게 ‘너무 늙어 보인다’며 그리스로 가서 어서 그리스 남자와 결혼하라고 들들 볶는다.
 그런 툴라에게도 이상형의 남자 ‘이안’(존 코벳)이 나타나고 그들의 뜨거운 로맨스가 시작되지만 이안이 그리스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집안반대에 부닥친다.
 ‘나의…’는 미국에서 개봉돼 자그마치 2억4천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린 화제작. 주목할 점은 지금까지 헐리웃 영화와는 달리 미국문화가 그리스문화에 동화된 영화란 점이다. 영화는 내내 그리스 문화를 ‘자랑스럽게’ 드러내 보인다.
 대가족제를 이루는 그리스 문화는 우리 정서에도 상당히 가깝게 다가오기도 한다. 툴라의 아버지 ‘거스’(마이클 콘스탄틴)가 우리의 만병통치약인 ‘빨간약’ ‘까만약’처럼, 유리를 닦는 ‘윈덱스’를 만병통치약으로 쓰는 것도 우리네 시골 할아버지 모습을 연상시킨다. 96분, 12세, 3월14일 개봉.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Just Married/감독·션 레비)
 ‘우리 방금…’은 한마디로 철부지 신혼부부의 좌충우돌 신혼여행 방랑기이다.
 만나자 마자 뜨거운 밤을 보내고 서로에게 강렬히 끌린 뒤 한달만에 웨딩마치를 올린 ‘톰’(애쉬튼 커처)과 ‘새라’(브리트니 머피). 결혼식 직후 이 행복한 신혼부부는 사랑과 결혼에 대한 희망과 이상을 안고 이탈리아로 허니문을 떠난다.
 하지만 두 사람은 비행기에 탑승한 순간부터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하더니 호텔에선 정전사고를 내고 쫓겨난다. 부랴부랴 자동차를 타고 다른 거처를 찾아가지만 자동차가 고장 나 밤새 눈속에 갖히고,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호텔에서는 엄지손가락만한 바퀴벌레가 목으로 기어오른다.
 그런 와중에서 사소한 실수와 오해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신혼부부’는 마침내 ‘철천지 원수’가 되어 귀국한다.
 ‘나의…’ 역시 지난1월12일 미국과 캐나다에서 ‘반지의 제왕’을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로 등극했다. 웃음을 끊이지 않게 하면서도 젊은 세대에게 ‘결혼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95분, 15세, 3월7일 개봉
 <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